오세훈 “민주당, LH 사태 덮으려 오세훈 때리기 ‘올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4·7재보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파상 공세를 연이어 펼치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적어, 민주당이 야권단일후보로 안 후보가 선출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오세훈 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오-안 단일화 국면에서 여론조사가 진행될 경우 이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해 집중포화를 날리며 오세훈 때리기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19일 "이번 4·7 재보궐선거는 코로나19로 지친 국민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지방정부의 공복을 뽑는 선거"라며 "아쉽게도 MB 아바타 오세훈 박형준은 자격 부족한 것 같다"고 힐난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MB의 다스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은 똑 닮았다”, “MB의 추억은 한 번이면 족하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18일 SNS를 통해 오 후보가 ‘내곡동 땅의 가치를 몰랐다’는 취지의 해명에 대해 "(오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2000년부터 서울시장시절까지 계속해서 재산신고 때 내곡동 땅을 스스로 신고까지 했으면서도 '나는 몰랐다?'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 후보가 개발지구 지정업무를 '주택국장 전결사항'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보금자리주택건설 특별법 시행령, 제4조 5항에는 ‘주택지구의 지정·변경 또는 해제를 제안하는 경우에는 관할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오세훈 때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8일에는 민주당 윤준병, 진성준 의원 등 서울시 정무직 경력이 있는 국회의원 8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단지를 건설하는데 서울시장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후보가 '식물 서울시장'이었던 것 아닌 다음에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도 17일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개국본tv‘에 출연해 “MB는 국가 상대로 해먹은 거고, 오세훈은 시 상대로 해먹은 것”이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오세훈이가 시장이 되니까 자기 처가 가진 땅을 그린벨트 풀어서 36억원을 받았다”며 “그린벨트 때는 건폐율이 20%밖에 안 되는데 풀면 바로 60%로 올라가고, 용적률도 풀어서 5~10배 이익이 생긴다. 남한테 해준 것도 아니고 그걸 자기가 해먹은 거다. 자영업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에서도 오세훈 때리기는 계속됐다. 오 후보가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데 관여했거나 이에 대한 양심선언이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날을 세웠다.

최근 박 후보 캠프 대변인직을 사퇴한 고민정 의원은 17일 '오세훈 후보의 습관적 사퇴 발언'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서울시장 재임) 당시에도 오 후보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강한 반대에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변수’에 부글부글 끓었고, 소위 ‘오세훈 자충수’에 공멸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설령 후보자라 하더라도 공직자의 자리는 자신의 소유가 아님에도 독단적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서울시장 재직 시절 무상급식, 양화대교 공사, 세빛둥둥섬 등에 대해 시의회와 협의가 아닌 독단적 결정을 해왔다는 항간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이같이 ‘오세훈 때리기’에 공세를 펼치고 있는 반면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판은 눈에 띄게 적었다. 오-안 간 단일화 불합화음에 대한 비판 정도 수위에 그쳤다. 실제로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지난 15일부터 닷새 동안 낸 논평 중 13건은 오 후보에 대한 논평이지만, 안 후보에 대한 논평은 2건에 그쳤다. 보수층 결집 가능성이 큰 오 후보보다는 지지세가 약한 안 후보가 낫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세훈 “민주당, 오세훈 때리기 ‘올인’...LH 사태 덮으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의 이같은 공세에 LH 사태를 덮기 위해 ‘오세훈 때리기’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오 후보는 18일 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저 오세훈이 서울시장 되는 것이 겁나는 모양”이라며 “제가 당선되면 내년 대선도 물 건너갈까 지레 겁먹은 것 같다. 참으로 애처롭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국회에서, 온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해 ‘오세훈 때리기’에 올인한다”며 “선거 앞두고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정권 지지율 하락 걷잡을 수 없으니 (민주당이) 부동산 적폐 프레임을 제게도 씌워보겠다고 죽자고 덤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오세훈을 때리면 서울시장 자리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오세훈을 때리면 부동산 정책실패, LH 사태 모두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라고 덧붙였다.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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