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이 사들여 폐기물 쌓고 방치…지역 농협 집중 대출"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위반 의심 사례를 공개했다.
사진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위반 의심 사례 부지. 참여연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민변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시흥에서 LH 직원들 외 다수의 외지인이 '농지 투기'를 한 정황을 추가로 폭로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과림동에서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투기 목적의 농지(전·답) 매입으로 추정되는 사례 30여 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지역으로 출퇴근하며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외지인이거나, 농업 목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도의 과다한 대출을 받은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며 "현장조사 결과 농지를 고물상, 건물부지 등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포함되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민변은 이날 대출을 과도하게 받거나(18건), 시흥과 거리가 먼 곳(9건), 농지로 사용하지 않는 사례(4건) 등 30여개 의심 사례를 제시했다.

우선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가 서울·경남·충남 등으로 시흥과 거리가 먼 9건을 투기 의심 사례로 꼽았다.

서울 송파구·서초구·동대문구에 사는 3명이 1개 필지를 공동 소유하거나, 충남 서산·서울 강남구에 사는 2명이 땅을 나눠 가진 경우도 발견됐다. 서울에 주소지를 둔 사람도 7명으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농지법상 농지 소유의 요건인 '자기 농업경영'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참여연대·민변의 설명이다.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조건인데 농지를 소요했다는 설명이다.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경우는 18건이었다. 참여연대·민변은 "대규모 대출로 농지를 매입했다면 농업 경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를 3%로만 계산해도 월 80만원가량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경우가 확인되는데 이를 주말농장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18개 필지 가운데 16곳은 채권최고액(금융기관 등이 대출금을 보장받기 위해 설정한 권리)이 80%를 초과했다. 채권최고액이 통상 대출금의 130% 안팎으로 설정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농지 매입 대금의 상당 부분이 대출로 충당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참여연대·민변은 설명했다.

토지 소유자들이 주로 자금을 빌린 은행은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이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3기 신도시 지역, 농지법 위반 의혹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지를 매입해놓고 농업과 명백히 다른 용도로 이용하거나 오랜 기간 방치한 사례도 4건 제시했다.

면적이 891㎡인 한 농지(답)는 철재를 취급하는 고물상으로 활용됐는데 소유자는 경기 광명시와 경북 울릉군에 각각 거주하는 2명이었다. 2천876㎡짜리 농지(전) 1곳은 폐기물 처리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펜스를 쳐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장기간 땅을 방치한 사례들도 발견됐다.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는 서류상 주인만 바뀌었다.

90년대 출생한 사람은 최소 3명으로 파악됐다. 단체들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 부를 쌓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출금액이 1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 등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추후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민변은 "과림동 1곳에서 최근 3년 동안 매매된 전답 131건만 분석해도 3분의 1가량에서 투기 의심 사례가 나왔다"며 "3기 신도시 전체를 넘어 최근 10년 동안 공공이 주도한 개발사업 농지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사경제신문=양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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