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형 배터리 구매 중단...파우치형 생산업체 타격

허버트 다이스 폭스바겐 CEO가 15일(현지시각) 개최한 '파워 데이'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폭스바겐

세계 전기차 2위 업체인 폭스바겐이 미래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적용을 선언했다.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 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15일(현지시각) 개최한 '파워 데이'행사에서 배터리 관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배터리를 각형으로만 통일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최대 공급업체로 알려진 업체들이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과 "중국 시장을 고려했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은 이날 자사 전기차 시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각형 통합 배터리셀을 쓸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형 배터리 적용을 통해 이전보다 제조 비용을 50%가량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은 최근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와 SK에 앞으로 각형 배터리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4월부터 시작된 LG와 SK의 ‘배터리 분쟁‘은 지난달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가 LG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SK가 영업 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0년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결정이 확정되면,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내년부터 제품을 양산하려던 SK 측의 계획은 큰 타격을 받게 되면서 폭스바겐은 양사의 소송으로 SK 대신 다른 배터리 공급 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대 물량을 수주한 업체들이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등이 폭스바겐을 각형 배터리로 돌아서게 한 것으로 관측한다.

LG와 SK 중 파우치형과 원통형이 모두 가능한 LG보다 파우치형만 생산하는 SK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LG는 폭스바겐이 주요 고객사이기는 하지만 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나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 내 스타트업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상대적으로 공급처가 다변화돼 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현지 전기차업체들은 대부분 각형을 채택해 쓰고 있다. 이에 업계는 폭스바겐이 중국 시장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현재 각형으로 전환을 고려하는 것은 없다"며 "폭스바겐은 각형으로 돌아섰지만, 파우치형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기에 전체적인 추세를 각형 배터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각형과 파우치형, 원통형 배터리로 나뉜다. 각형 배터리는 사각형이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용이하며 내구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무게가 많이 나가고 대형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동그랗고 기다란 형태로 고용량·고에너지 특성상 전력이 많이 필요한 제품에 주로 쓰인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배터리를 둘러싼 외관이 얇지만 가공이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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