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예방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임상 3상 결과가 나오자 백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유럽 지도자들이 화색을 표하거나 신중론을 보이는 등 관련 사항에 대해 언급했다.
스푸트니크 V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러시아 내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최종 임상시험 단계인 3상의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효능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가 이날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높다는 3상 결과가 실렸다. 랜싯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지원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에서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는 91.6%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물량 축소 등으로 '백신 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그간 임상자료 부족으로 사용을 꺼려온 러시아산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지도자들은 밝혔다.
먼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AFP통신에 따르면 독일 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모든 백신은 EU 내에서 환영받을 것"이라면서도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오늘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좋은 자료를 읽었다"면서 최근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 21일 독일의 백신규제 담당기관인 파울에를리히 연구소(PEI)를 통해 EMA의 백신 승인 관련 절차를 돕겠다는 의사를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독일 내 백신 공급과 관련, 미국과 이스라엘, 영국의 백신 접종률이 높지만, 독일은 EU 차원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 1분기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백신 생산 문제가 해결되고 더 많은 백신 후보가 사용을 승인받으면 공급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이라면서 9월 말까지 전 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칠 것이라고 약속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역시 제조사가 관련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면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도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은 유럽의회 의원들을 인용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날 한 회의에서 "러시아, 중국의 제조사들이 모든 데이터를 제출해 투명성을 보이면, 다른 백신처럼 조건부 시장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TF1방송 인터뷰에서 "몇 주 전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해 과학적 조사를 하도록 했고, 긍정적인 답을 들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접종 승인을 위해서는 유럽 각국이 자체 조사를 벌여 결과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사경제신문=이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