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첫 인구감소, 부족한 노동력 외국인력으로 채우는 독일 해법 부상
인구절벽은 가능성의 하나일 뿐 청년층에게는 기회, 4차 산업혁명도 도움

지난해 첫 인구감소를 겪은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독일 사례가 학계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을 국민으로 삼아 부족한 인구를 꾸준히 채워온 독일을 다룬 논문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인구절벽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주장했던 이론이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분포가 된다는 것이다. 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급격히 줄어들고 만 65세의 고령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의식주, 교육, 여가, 인간관계, 결혼 등 모든 일에서 재화를 생산하거나 소비하게 마련이다. 인간은 생산과 소비를 병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 사회이고 국가인데, 인구절벽이 오면 이것의 크기 자체가 줄어버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할 사람 자체가 감소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활동을 했던 모든 사람은 문제를 겪게 된다. 출산과 육아 관련 사업부터 시작해 중고등학교 교육, 대학교 교육 등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모든 산업이 수요 감소로 인한 타격을 입는다. 대부분 더 심한 경쟁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고, 그 가운데 일부는 폐업에 내몰리게 된다. 이는 국가의 성장과 유지에 그대로 마이너스가 된다.

지난해 첫 인구감소를 겪은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독일 사례가 학계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을 국민으로 삼아 부족한 인구를 꾸준히 채워온 독일을 다룬 논문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 독어독문과 대학원을 마친 독일인 학생 슈테게 파우케 씨는 ‘독일과 한국의 노동 이민정책 비교: 저숙련 노동이민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지난해 8월 석사학위를 받았다.

슈테게 씨는 “한국이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영구 체류에 대비하지 않으면 독일처럼 정치와 경제, 사회 부문에서 큰 비용을 치를 것”이라면서 “이민자 통합정책, 이민자 인식 개선, 이민정책 등에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1955년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터키 등에서 노동자를 모집해 힘들고 어려운 노동 분야의 수요를 충당했다. 이어 1960년대는 건설업과 광산 부문으로 확대했고, 1990년대 경제 침체로 ‘유럽의 병자’라는 비아냥을 받을 때 주춤했으나 독일 통일에 이어 2000년대 대거 받은 외국의 난민을 국민으로 삼아 생산인구를 채웠다.

슈테게 씨는 한국이 1990년 산업기술연수제,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외국인력을 충당하고 있다며 독일의 초기 상황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독일의 성공과 실패를 살펴 한국만의 방식을 개발해 독일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노동 이민을 포함한 이민자 위화감뿐만 아니라 외국인 혐오를 버리는 등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어배너 샴페인 일리노이주립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는 신소희 씨는 한국이민학회 의 학회지 최신호에 ‘대안적 난민 수용에 관한 논의: 2014년 이후 독일의 난민 노동시장 통합정책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독일이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는 과정과 배경을 살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독일은 시리아 내전 피난민이 터키를 거쳐 동유럽을 경유, 유럽으로 몰려갔던 2015년 47만 명을 비롯해 2016년 74만 명, 2017년 22만 명 등 모두 140만여 명을 받아들였다.

독일은 인구가 2014년 6,000만 명에서 2060년에는 3,95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 생산인구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값싼 노동력으로 독일 농촌에서 일해온 동유럽 국가 출신 노동자들도 동유럽이 인구감소 추세에 접어들고 있어 장기적으로 독일 농촌이 붕괴할 위기에 빠질 것인 만큼 대안으로 난민을 받아들인 것으로 논문은 분석했다.

하지만 인구절벽 위기론은 수많은 가능성의 하나일 뿐이며, 청년층의 입장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국가의 청년층에서는 오히려 인구절벽을 반길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2010년대부터 인구가 감소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구인난으로 역전돼 기업들은 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청년층의 실업이 개선되면 경제력이 나아져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인구절벽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문제는 노동력의 감소에서 비롯되는데, 4차 산업혁명이 이 같은 문제들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베이비 붐 세대의 출현 등 인구 팽창 이후 뒤따르는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인구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마디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출산이 조절되고, 한 나라의 인구는 장기적으로 일정하게 유지될 것인 만큼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해서 독일 모델에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