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존엄성과 가치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어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 목적, 신체 형상 구현 불가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람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의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시사경제신문=원선용 기자] 리얼돌(Real Doll)은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일본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인형과 달리 사람의 피부와 질감이 흡사한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며, 남성들의 성적 유희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다.

성인용품 업체 A사는 지난해 1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려 했으나 김포공항 세관은 해당 제품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보고 통관을 보류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관세청장에게 심사청구를 했고, 결정 기한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오지 않자 법원에 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친다고 볼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5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최근 성인용 여성 전신인형의 수입통관을 보류한 김포공항 세관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물품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및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성 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며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 기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밖에 없다”며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물품이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피고의 주장도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의 모습을 한 전신인형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대법원도 지난 2019년 6월 한 리얼돌 수입사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비판하며 “리얼돌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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