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에 매달려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 주지 못해
‘승부수’ LG 롤러블 출시도 미지수, 시장에선 부정적

한 때 세계 3위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올라섰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시사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하드웨어에 매달려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루지 못해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사업에 대한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여기에는 매각이나 분리매각, 타(他) 사업부로의 흡수·통합 등 모든 가능성이 포함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뼈를 깎는 고통이다. 스마트폰은 모든 기기, 데이터, 사람이 센서로 연결 및 교감하는 초연결사회의 허브다. 하지만 2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5조 원에 달하는 상황을 방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LG전자의 첫 휴대폰은 지난 1995년 선보인 ‘화통’이다. 휴대폰 제조 역사가 25년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1,000만대의 판매 실적을 올린 초콜릿폰과 그 뒤를 이은 샤인폰, 프라다폰까지 승승장구하며 세계 3위의 휴대폰 제조업체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같은 영광을 뒤로 한 채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벼랑에 몰리면서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지난 2010년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왔으나 LG전자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했다. 2009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의 인기가 높아졌으나 LG전자는 여전히 피처폰을 붙들고 있었다.

피처폰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한 이후 스마트폰과 구분하기 위해 생겨난 용어다. 폴더폰이라고도 불리던 제품으로 통화는 물론 문자 메시지, 카메라, 인터넷,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휴대폰이다. 하지만 피처폰은 컴퓨터(PC) 수준으로 진화한 스마트폰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G전자는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력 강화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경쟁사 삼성전자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을 놓고 수년 동안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아이폰으로 치고 나온 것은 애플이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추격 전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012년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2010년 8.0%의 점유율로 노키아, 애플, 림에 이어 4위였지만 갤럭시의 인기로 2년 만에 30% 점유율 고지를 넘었다.

LG전자는 뒤늦게 옵티머스Q를 시작으로 옵티머스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았으나 반응은 차가웠다. LG전자의 스마트폰에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에서 보였던 독창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013년 8월에는 옵티머스 브랜드를 버리고 ‘G’를 전면에 내세웠다. 2014년 5월 출시된 G3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구축해 놓은 스마트폰 점유율 장벽을 깨기에는 힘이 약했다.

천연가죽을 커버 소재로 택한 G4는 발열 문제, 최초의 모듈형 제품인 G5는 벌어짐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전면부에 두 개의 카메라를 배치한 V10, 오디오 기능을 내세운 V20도 먹혀들지 않았다. 특이하기는 하지만 정말 소비자가 필요한 기술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부터는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LG 윙, 스마트폰 패널 두 개를 붙여 쓸 수 있는 LG V50S 듀얼스크린 등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했으나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프리미엄폰은 애플과 삼성전자를 넘어서지 못했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에 밀렸다.

특히 마지막 승부수로 띄웠던 LG 롤러블의 출시도 미지수인 상태다. LG 롤러블은 평소 바(Bar) 모양의 일반 스마트폰 형태에서 말려있던 화면이 펼쳐지며 태블릿 PC처럼 넓은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CES 2021에서 모바일 기기 부문 최고 혁신상까지 받은 LG 롤러블이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굳이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출시 일정이 3월에서 6월, 올해 하반기로 점차 미뤄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전자 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LG전자가 전사적 역량을 모아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던 휴대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게 된 상황은 하드웨어에 매달려 소프트웨어 혁신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유혹할 좋은 경험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하모니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데, 하드웨어만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LG전자의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고질적 병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물건은 꼼꼼하고 편리하게 잘 만들지만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소프트웨어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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