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 100조 원, 은행권 자금도 증시 이동
경제 수장들 경고 잇따라, 미국의 자산가들도 증시 거품 인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산 격차가 벌어져 벼락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조바심이 청년층과 중산층은 물론 서민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블랙홀처럼 모든 돈이 증시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이의 여파로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돈이 증시로, 증시로 쏠리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산 격차가 벌어져 벼락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조바심이 청년층과 중산층은 물론 서민으로까지 확산하면서 블랙홀처럼 모든 돈이 증시로 빨려들어 가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70조1,396억 원에 이른다. 연초 이후 13일 동안 4조6,000억 원 넘는 뭉칫돈이 들어온 탓이다.

같은 기간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는 1조7,586억 원 늘어나 전체 잔고는 20조9,800억 원이다.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 등 개인이 즉시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만 100조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권에 머무르던 자금도 증시로 이동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489조28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 원가량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과 시장금리부 예금(MMDA) 등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대신 언제든지 입출금할 수 있는 자금이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증시로 이동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심지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던 자금도 증시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르고 있는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심해지자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뒀던 자금이 증시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수장들이 잇따라 경고음을 내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근거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동행성이 약화한 상태라면 앞으로 어떤 충격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5일 “최근 코스피 급등을 거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주가 동향과 지표를 봤을 때 최근의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과속하게 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품 판단은 보류했으나 사실상 거품에 근접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특히 미국에서도 1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주식에 투자한 자산가 10명 가운데 9명은 미국 증시가 이미 거품 상태이거나 거품에 근접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경제매체 CNBC의 18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인수한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증권이 지난 1~7일 주식 계좌를 통해 100만 달러 이상 굴리는 투자자 188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 16%는 미국 증시에 거품이 완전히 끼었다고 답했다.

또 46%는 일부 거품이 끼었다고 평가했고, 29%는 거품에 근접했다고 답했다. 거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와 연방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지난해 나스닥 지수는 43.6% 오르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16.3%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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