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접촉 줄면서 하위계층 근로소득ㆍ사업소득 큰 폭 감소
부동산·주식 수익률 높아지며 자산 없는 사람 박탈감 커져

최근 K자형 양극화가 근로소득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일 조사한 지난해 가계 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10%(1분위)의 1~3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2%, 25.5%, 17.0%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10%(10분위)는 2분기에 근로소득이 5.6% 줄었지만 1분기와 3분기엔 각각 2.0%와 0.4% 늘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최근 국내 경제의 최대 화두는 K자(字)형 경기회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상단과 하단의 진행 방향이 알파벳 K자처럼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건 위기에 취약한 숙박, 음식, 여행 등과 같은 대면 접촉 업종의 경우 매출은 물론 고용 충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수 감소는 21만8,000명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대부분 숙박, 음식, 여행 등의 대면 접촉 업종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반면 비대면 확대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정보통신, 전자상거래, 바이오 등의 업종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에 따른 업종별 양극화가 뚜렷한 것이다.      
               
이 같은 K자형 양극화는 근로소득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일 조사한 지난해 가계 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10%(1분위)의 1~3분기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2%, 25.5%, 17.0%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10%(10분위)는 2분기에 근로소득이 5.6% 줄었지만 1분기와 3분기엔 각각 2.0%와 0.4% 늘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고용취약 계층은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일로 벌어들이는 소득, 즉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서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공적 이전은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를 내지만 일정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과 주가가 급등하면서 자산소득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연간으로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가(코스피) 상승률은 30.8%로 주요 20개국(G20) 중 1위를 기록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코스피 상승률이 6배 가까이 높다. 하지만 최초 투입자금의 규모가 다르므로 결국은 가격이 비싼 자산인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주식은 부동산에 비해 수익이 작지만 근로소득은 줄고 그나마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는 계층에겐 이마저 꿈같은 얘기다. 그래서 나온 말이 ‘벼락거지’다. 자신은 묵묵히 일하며 살았는데, 남들이 갑자기 돈을 버니 갑자기 상대적 빈곤층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벌어진 자산 격차가 어지간해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는 스무 번 이상 실패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한 것이다. 또 동학개미의 빚투(빚내서 하는 투자)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근로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 소득 등은 대부분 코로나 19에 따른 영향과 맞물려 있어 코로나 19가 진정될 때까지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 19가 장기화할수록 K자형 양극화는 심화되고, 이로 인한 불평등이 자칫 경제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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