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 고분양가 수용 분위기, HUG 분양가 산정방식 개선
다주택자 보유주택, 매물로 끌어내기 위한 양도세 중과 완화도 거론

정부 부동산 정책이 규제 완화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목적지는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최근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규제 완화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목적지는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다.

정부는 그동안 고분양가가 주변의 집값을 오르게 하는 주범으로 인식해 왔다. 이에  강도 높은 분양가 억제 대책을 유지해 왔고, 이로 인해 일부 단지의 사업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택공급을 방해할 정도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조로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그동안 취득과 거래를 모두 묶는 수요 억제에 방점을 찍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거래를 일정 부분 열어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정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를 본격적인 정책 변화로 보기에는 이르다. 기류변화 정도로 봐야 한다. 자칫 정부 부동산 정책의 후퇴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 내부에서는 기존 대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0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청은 최근 분양가상한제 대상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 대해 3.3㎡당 5,668만6,000원의 분양가를 승인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이 같은 분양가는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3.3㎡당 4,891만 원보다 15.9% 높다.

그동안 HUG가 산정하는 분양가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분양가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정부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HUG가 매긴 분양가보다 5~10% 낮아질 것이라고 밝혀왔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집값 관리를 위한 도구로 써 온 HUG의 분양가 관리와 분양가 상한제 모두 무용화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평가가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기류변화가 읽히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가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여전히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60% 수준으로 낮다”며 “이는 분양가상한제의 목적에 맞는 결과며, 이보다 더 낮으면 로또 차익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요구는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주택공급을 억제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HUG의 분양가 관리든 분양가상한제든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규제로 민간 주택사업 일정이 미뤄지는 등 공급이 억제됐다. 하지만 이제는 면밀한 재검토를 해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이 국토교통부 내에서 퍼지고 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HUG의 분양가 산정 방식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부터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대책 완화도 당정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방향성이 잡힐 경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짜고 있는 공급 대책과 함께 발표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변 장관이 내놓을 대책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문제를 당 지도부가 고심하고 있다”면서 “여러 사람이 얘기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일정 부분 완화해주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당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이 전달된 상황이 아닌 만큼 양도세 중과를 완화했을 경우 어떤 효과가 나올 수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은 공급을 중심으로 하는 변 장관의 부동산 대책과도 일정 부분 연동돼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완화는 이들의 보유주택을 매물로 시장에 끌어내는 제2의 공급대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이 자칫 부동산 정책의 회군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양도세 중과 완화로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기존 대책을 한번 바꾸면 정부의 정책이 무너질 수도 있는 만큼 시장에 버티면 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는 기존 대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책을 추진한 논리와 명분이 있었던 만큼 시행도 하기 전에 양도세 중과 완화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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