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를 포함한 모든 회원국들이 이란과 직접 대립하는 것은 GCC의 이익이 아니라는 다수의 견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사진 : 유튜브 캡처)

202115, 사우디아라비아의 고대 도시인 알 울라(Al Ula)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카타르에 대한 단교조치를 내린 지 36개월 만에 다시 국교정상화를 위한 연대 및 안정협정에 서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다 국경을 이웃하면서도, 서로 형제의 국가들과 봉쇄 상태에서 지내온 카타르 국민들은 이제 이슬람 대가족 형제국가들과 재회하게 됐고,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도 과거처럼 , 아우하면서 기회를 다시 되찾게 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이 8일 보도했다.

그동안 끝이 안 보일 정도의 극한 갈등, 전례 없는 사회정치적 분열, 나아가 신종 코로나19의 대유행(Pandemic) 속에서 좋은 뉴스를 갈망하고 있던 국제사회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지난 5일의 합의는 중동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던 매우 파괴적인 외교 갈등의 종말을 뜻한다. 단교 기간 동안 카타르는 봉쇄로 인해 촉발된 파괴적인 경제적 압력은 물론 봉쇄한 국가들이 주권을 훼손하고 왕정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반복적인 시도들을 견뎌내야 했다. 단교 초기에는 채소류를 포함해 당장 먹을거리가 부족해지자 이슬람 시아파 대국 이란에서 공수를 해 주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었다.

이제 카타르 도하(Doha)는 다시 이웃국가들에게 받아들여졌고,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 간의 외교 단절은 이제 끝을 보면서 관계가 정상화됐다.

36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왜 이들은 화해를 하지 못했을까?

무엇이 이들을 다시 관계 정상화로 이끌었을까?

카타르와 이웃국가들 사이에서 그 고통스러운 분열과 적대감이 가져온 결과는 무엇일까?

이들 사이의 위기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카타르가 지난 36개월 동안 봉쇄된 국가들에 대해 추구했던 합리적이고 신중한 외교 전략(a measured diplomatic strategy)이었다.

정상회의 첫날부터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Sheikh Tamim bin Hamad Al Thani) 국왕(Emir)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부의 승인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살만 국왕이나 그의 아들 모하메드 빈 살만(MBS, Mohammed bin Salman) 왕세자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외교단절을 종식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건이 등장했을 때, 리야드(사우디 수도)는 도하와 완전한 외교 관계를 신속하게 재정립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카타르는 또 위기 내내 돌핀 가스 프로젝트(Dolphin Gas Project)를 통해 UAE에 가스를 계속 공급하면서,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해치게 될 어떤 조치도 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카타르는 이웃 나라들과 티격태격하는 싸움에 휘말리기보다는 국제법원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쪽을 택했다. 정공법으로 택한 것이다. 카타르가 인권과 영공 침해에서 지적 재산권에 이르는 문제에서 국제 법정에서 봉쇄 국들을 상대로 법적 승리를 거두면서, 이러한 수준 높은 전략은 성과를 거두었다.

카타르는 또 국제무대에서 합리적이고 온건한 입장을 취했으며, 광범위하게 파트너들과의 다자간 협력에 많은 투자를 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단교를 처음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도하(카타르)는 아프가니스탄 평화 과정을 중재함으로써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핵심 이슈에 대해 미국과 계속 협력했다.

이는 카타르가 위기 내내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차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남을 수 있도록 했다.

위기에 대한 카타르의 이성적인 대응과 국제법과 협력에 대한 약속은 처음에 요르단과 세네갈과 같은 단교를 지지했던 몇몇 국가들이 걸프만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를 바꾸고 회복하도록 이끌었다.

카타르의 비판적인 자기 진단 능력과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열망도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한몫했다는 게 도하연구소의 분쟁 및 인도주의 연구센터 소장 술탄 바라캇(Sultan Barakat)의 평가이다.

단교조치가 시작된 이래로, 카타르는 국제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의해 부정적인 세력으로 인식된 요인들을 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랍의 봄(Arab Spring) 동안에 거리로 나온 대중들에 대한 지지가 다른 걸프 만 군주들에 의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는지를 깨달았다.

도하 당국은 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봉쇄국가에 의해 의문시되고 있는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는 필요한 수정을 가했다.

예를 들어, 카타르는 국제 테러 지원이라는 주장을 다루기 위해, 카타르 사람들의 가족이 사적으로 설립한 모든 구호 단체들을 자선 활동 규제 기관 산하로 끌어들였고, 이들 기구들에게 더 큰 제도적 힘을 부여하기도 했다.

카타르는 또 책임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자선 단체로부터의 기금을 모금하는 허가를 철회하는 등 엄격하고도 투명하게 관리 감독을 실시했다.

한편, 카타르는 알 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를 폐쇄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봉쇄 국가들의 강력한 요구에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알 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는 미국에서도 활동을 하는 등 서유럽의 시각이 지배하는 뉴스 시장에서 중동의 아랍권의 시각은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설령 아랍권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비판적 보도를 해온 매체이다.

카타르 정부는 고품질 보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언론기관을 폐쇄하기보다는 카타르 미디어 부문의 다각화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한 다각화 초점은 알 아라비 TV(Al Araby TV)와 같은 기존 채널과 알 자지라(Al Jazeera)에 대한 다른 편집적 관점을 가진 다른 신흥 채널의 성장을 지원했다.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 라흐만 빈 자심 알 타니(Sheikh Mohammed bin Abdulrahman bin Jassim Al Thani) 외무장관은 최근 알 자지라에 네트워크 폐쇄 문제에 대해 봉쇄를 한 4개국과의 회담 동안 제기되지 않았다고 한다.

카타르의 이 같은 국제법에 대한 의존과 신중하게 계산된 외교가 이번 위기를 해결하게 된 주된 요인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술탄 바라캇의 의견이다.

카타르는 봉쇄 국들과 티격태격하는 싸움을 거부하고 국제무대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동맹국들의 봉쇄를 끝내도록 강요한 셈이다. 물론 카타르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36개월의 단절을 깨고 다시 정상화 단계로 접어든 것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연대와 안정 협정의 시기도 미국과의 발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우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트럼프와 달리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사우디의 외교정책의 많은 특징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예멘 전쟁 중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암살과 잔학 행위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또 그가 권력을 잡으면, 관련 당사자들에게 걸프 사태를 해결하도록 강요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리야드(사우디)는 차기 대통령이 볼 때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기 위해 화해절차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36개월 동안의 단교는 카타를 경제를 매우 심각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2020년 들어서면서 어김없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가 겹치면서 카타르 경제는 더욱 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는 봉쇄의 첫 몇 달 동안에 촉발된 금융위기 동안 통화안정을 위해 국부펀드에서 430억 달러(469,560억 원)를 은행에 투입해야만 했다.

이미 2022FIFA 월드컵을 준비하며 추진했던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해 카타르 경제에 대한 봉쇄의 부정적 영향은 코로나19 불황과 2020년 촉발된 석유파동 등이 강타한 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더욱 더 악화됐다.

카타르 항공만 해도 50억 달러의 손실(54,600억 원)을 인정했고, 선두적인 카타르 기업들도 이러한 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당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또한 자원기반 경제의 본질적인 취약점을 고려, 오래 전부터 추구해오던 더 큰 자급률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이 봉쇄 기간을 활용했다.

봉쇄 기간 동안, 카타르는 식량 안보에서 국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보다 탄력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 봉쇄는 또한 카타르의 사회적 응집력과 회복력을 강화시켰다. 봉쇄에 대응, 카타르는 왕을 중심으로 집결하고 통치 군주제에 대한 그들의 지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한편, 카타르 당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온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 그들은 카팔라 시스템(Kafala system)을 개혁하고, 외국인 거주자를 규제하는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와 협력했다.

카팔랄 시스템은 중동 지역 고유의 노동계약 시스템으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지역 대부분 국가들에서 운영되는 이주노동자 관리제도이며,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 비자 발급을 고용주가 보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도로 고용주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를 회수 보관하며 다양한 형태의 이른바 갑질을 해온 사례들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라 있다.

심지어 이슬람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에 다다르는 협의, 또는 협의체를 뜻하는 슈라(shura)를 정부 시스템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개방되어 이쑈을 정도이다. 왕을 중심으로 한 봉건제가 아니라 공동체 합의체적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이번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를 했지만, 3년 반 동안의 봉쇄 이후 걸프만 국가 간의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현재 상태로는 GCC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느슨한 조직으로, 이사회가 회원들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대부분 암묵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느슨한 구조와 GCC를 화나게 하지 않고 이란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 등 불확실성들이 카타르 봉쇄를 초래한 이유들 중 하나였다.

이란에 대해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오만과 쿠웨이트도 이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 봉쇄와 유사한 위기를 피하기 위해, GCC는 회원국들의 상호 의무 측면에서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회원국들이 다른 걸프 국가들의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모든 것은 GCC 내에서 더 많은 조직과 조정을 필요로 한다. 많은 분석가들은 걸프 만에서의 화해를 이란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카타르와 GCC의 나머지 국가들과의 화해는 이란과 걸프 만 국가 간의 직접적인 대립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UAE는 이스라엘과 강한 관계를 형성했고, 이란에 대한 점점 더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UAE 국교정상화, 이스라엘 바레인과의 정상화 등 이스라엘의 주적으로 간주되는 이슬람 시아파 대국 이란에 대한 압박은 더 거세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카타르의 개입은 GCC에 대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이란에 대한 보다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이란을 포함한 수많은 외교 정책에서 카타르와 타협하는 데 여전히 열의가 없기 때문에, 사우디는 GCC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데 앞장서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UAE를 포함한 모든 회원국들이 이란과 직접 대립하는 것은 GCC의 이익이 아니라는 다수의 견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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