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의 정부 대책에도 불구 연말연초 강남 집값 신고가 경신 속출
재건축 기대감에 압구정동 오름세, 서초구와 송파구도 최고가 기록

지난해 집값은 24번에 달하는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끝내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연말연초 부동산 시장은 강남불패가 재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지만 결국 ‘돌고 돌아 강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성익 기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불패’는 하나의 금언처럼 통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잠시 주춤하기는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이어온 강남 집값의 상승세는 ‘강남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패 신화를 낳았다.

지난해 집값은 24번에 달하는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끝내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연말연초 부동산 시장은 강남불패가 재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의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지만 결국 ‘돌고 돌아 강남’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의 다중 규제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려는 수요가 강남 집값을 다시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강남 집값 상승을 투기 수요로 만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혀 대출이 되지 않는 강남 아파트는  사람들이 미래에 들어갈 것을 미리 사놓는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강남은 이미 투기과열지구인 데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15억 원 이상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강남구의 대치동ㆍ삼성동ㆍ청담동, 그리고 송파구의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특정 지역의 집값 잡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정된 실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화가 희소하면 희소할수록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데, 이것을 막아버리면 여타 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돌고 돌아 원 위치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의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8일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잇따라 신고 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3의 경우 전용면적 163.7㎡가 지난해 12월 21일 33억 원(36층)에 매매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5월 29억 원(23층)에서 11월 32억7,000만 원(27층)으로 올랐고, 한 달여 만에 다시 3,000만원 오르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144.2㎡는 지난해 12월 31일 39억7,000만 원(11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현대5차 82.23㎡는 같은 달 28일 29억7,000만 원(11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3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현대7차 157.36㎡ 역시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매매가 없다가 지난해 12월 23일 43억 원(7층)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압구정동 A공인 대표는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의 조합 설립이 가시권에 들자 투자 문의가 늘면서 가격이 1억∼2억 원씩 올랐고, 재건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은 물건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반포리체 84.97㎡가 지난해 12월 30일 27억5,000만 원(27층), 그리고 반포자이 84.98㎡가 같은 달 28일 29억 원(15층)에 각각 신고가 거래됐다.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 84.79㎡는 지난해 12월 5일 30억 원(11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데 이어 23일 34억5,000만 원(30층)에 매매되며 3주 만에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7㎡ 역시 지난해 12월 22일 37억2,000만 원(14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직전 신고가인 10월의 33억 원(8층)에서 4억2,000만 원 오른 값에 매매됐다. 이 아파트 154.97㎡는 지난해 10월 53억5,000만 원(11층)에 이어 12월 8일 54억 원(25층)에 거래되며 최고가 기록을 고쳐 썼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까다로운 송파구 잠실동에서도 신고가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 잠실동 잠실엘스 84.8㎡는 지난해 12월 24일 23억5,000만 원(12층)에 신고가로 매매됐으며, 트리지움 114.7㎡는 같은 달 8일 25억900만 원(21층)에 이어 29일 26억 원(9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일부에서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와 공시가격 인상 및 현실화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되면서 강남 집값을 떠받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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