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가계 금융기관 차입금 52조6,000억, 역대 최대
한국은행, “금융기관 차입금의 주식투자 수요 있었다고 판단”

지난 2007년 7월 2,000선 돌파 이후 13년 5개월만인 지난 6일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것도 동학개미의 힘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용범 차관은 지난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소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진=기획재정부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동학개미운동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식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국내의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것이다.

지난 2007년 7월 2,000선 돌파 이후 13년 5개월만인 지난 6일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것도 동학개미의 힘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학개미는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63조 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주식투자를 위해 굴린 돈은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금도 동시에 기록을 갈아치워 가계 주식투자의 상당 부분이 대출을 통한 ‘빚투’라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2020년 3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3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2분기의 64조 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2019년 3분기의 16조6,000억 원보다는 14조 원 이상 많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것이다. 보통 가계는 순자금 운용액이 플러스(+)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의 방식으로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었다는 것은 투자·예금 등으로 굴린 여윳돈의 증가 폭이 대출 등 조달액보다 컸다는 뜻이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83조8,9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직전 2분기의 110조1,000억 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1년 전의 40조6,000억 원의 두 배에 달한다.

자금 운용 부문을 나눠보면 지분증권 및 투자 펀드가 22조5,000억 원으로 직전 2분기의 사상 최대 기록인 21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전년 3분기의 마이너스(-) 8,000억 원보다는 23조 원 이상 많다. 채권 역시 직전 2분기의 11조5,0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년 사이 4,000억 원에서 9조7,000억 원으로 10조 원 넘게 불었다.

예금 등 금융기관 예치금은 24조5,000억 원으로 직전 2분기의 49조8,000억 원보다 51% 줄어 전년 3분기의 27조3,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가계는 53조2,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이 52조6,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 2009년 통계 집계 이래 분기 최대 기록이다.

정규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순자금 운용 규모가 커진 것은 증시의 상승에 따라 주식투자 자금 운용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거주자가 발행한 국내 주식뿐 아니라 비거주자 발행 주식(해외주식) 투자 운용액 모두 3분기 중 역대 최대였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이어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금도 역대 최대 기록인데, 차입금은 주로 주택 관련 자금과 주식투자 자금, 불확실성에 따른 생계자금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늘어난 차입금, 그리고 2분기보다 줄어든 예금과 주식투자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생계 부분도 같이 작용했겠지만 금융기관 차입금에는 주택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자금 수요와 주식자금 수요도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며 “장기 저축성 예금 운용이 계속 줄고 단기로만 운용되고 있는 만큼 일부 예금 쪽에서도 주식투자로 빠지는 부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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