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중위 전셋값 상승 1억 육박, 직전 4년 8개월 상승분 해당
강남·강북 가리지 않고 상승, 올해도 전세는 여전히 공급부족 전망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5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1억 원 가깝게 뛴 것으로 조사됐다. 6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702만 원으로 전달의 5억3,909만 원보다 5.2%인 2,792만 원 상승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전국의 주택 매매ㆍ전세ㆍ월세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이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종잣돈을 모으던 전세 거주자들은 매매 가격 상승에 좌절하는 한편으로 전셋값 상승, 그리고 월세로 밀려나게 되는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전ㆍ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주거 사다리를 붕괴시킨 것이다.

실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5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1억 원 가깝게 뛴 것으로 조사됐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새 임대차법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월세로까지 밀려나게 하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6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5억6,702만 원으로 전달의 5억3,909만 원보다 5.2%인 2,792만 원 상승했다. 중위가격은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으로 중간가격 또는 중앙가격으로도 불린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4억6,931만 원에서 지난해 12월 5억6,702만 원으로 5개월 동안 9,770만 원 올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최근 5개월간 상승액이 1억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승액은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약 5년 치의 상승분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 2015년 11월 3억7,210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해 7월까지 4년 8개월 동안 9,722만 원 올랐다.

중위 전셋값 상승 속도는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2014년 9월 3억47만 원으로 처음 3억 원을 넘긴 뒤 2015년 8월 3억5,092만 원으로 3억5,000만 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2016년 10월 4억229만 원으로 4억 원을 넘겼다.

5,000만 원 단위로 오르는 기간이 11개월에서 1년 2개월로 늘어났고, 이후 4억5,000만 원을 넘긴 지난해 3월(4억5,061만 원)까지 3년 5개월이 걸려 전셋값 상승 속도는 더뎌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5억804만 원으로 5억 원을 넘기면서 4억5,000만 원에서 5억 원이 되는 데는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세입자가 늘어나 전세 물건이 크게 줄고, 집주인들이 4년 치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5개월 사이 ㎡당 평균 90만5,000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1평(3.3㎡)당 평균 298만5,000원 오른 셈이다.

전용 85.3㎡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송파구가 5개월 사이 21.2%(1억2,022만 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금천구가 20.6%(6,712만 원), 은평구는 20.4%(7,450만 원)로 20% 넘게 상승했다.

그 뒤를 성동구 18.8%(1억230만 원), 강동구 18.3%(8,836만 원), 도봉구 17.7%(5,544만 원), 광진구 17.2%(9,382만 원), 강서구 17.0%(7,240만 원), 동대문구 17.0%(7,035만 원), 강남구 15.8%(1억3,176만 원) 등이 잇고 있다.

이처럼 최근 서울 전셋값은 강남·강북, 고가·중저가 등 지역과 가격대의 구분 없이 전방위적으로 크게 뛴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로 85.3㎡짜리 전세 아파트를 얻는데 평균 9억6,512만 원이 필요했다. 서초구가 8억6,241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의 KB 전세수급지수는 187.4로 조사됐다.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의 192.3보다는 낮아졌으나 여전히 공급 부족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0∼200 사이 숫자로 표현되며,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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