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중국에 뒤처지다 11‧12월 막판 두 달 만에 역전
잠재 수요와 친환경 규제 본격화에 올 수주량 134% 증가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선전한 분야가 조선산업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줄곧 중국에 뒤처지다 11월‧12월 두 달 만에 역전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선박 수주 1위가 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조선업의 부활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세계시장 1위 업종이 된 것이 조선업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전에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일본을 넘었다가 후발주자인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 여파로 많은 전후방 업체가 도산했고, 우리 경제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나라 조선업은 37척, 11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이는 2019년 상반기 92척의 40.2%, 그리고 2018년 상반기 150척과 비교하면 24.7%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한 것이다. 반면 경쟁상대인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145척, 351만CGT를 수주하며 CGT 기준으로 전 세계 물량의 61%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과 12월 드라마 같은 역전이 벌어졌다.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로만 110억 달러(12조 원)의 수주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이는 빅3의 지난해 총 수주실적 209억1,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이 같은 빅3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는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1,792만CGT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국과 우리나라가 각각 798만CGT, 673만CGT를 수주하며 세계 1,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연이어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이 빠져있어 해당 물량(145만CGT)을 더하면 우리나라가 중국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할 것이 유력하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8년 이후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한 셈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었던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하반기, 특히 4분기 들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컨테이너선을 대량으로 수주하며 중국을 제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코로나 19로 지연된 잠재 수요와 친환경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에 비해 기술력이 앞선 우리나라의 올해 조선업 전망도 매우 밝은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국내외 경제 및 산업 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량과 수주액(해양플랜트 제외)이 지난해 대비 각각 134%, 110% 증가한 980만CGT, 21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도(ETS), 국제해사기구(IMO)의 연료 효율 규제도 우리나라 조선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친환경 규제에 부합하지 못하는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LNG 이중연료 추진 선박에 선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카타르가 국내 빅3 조선업체와 맺은 LNG 운반선 슬롯(건조 공간) 계약이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 페트롤리엄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과 맺은 LNG 운반선 슬롯 계약이 선박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