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4조2,975억 지출, 불황과 집단적 피로감 영향
오락‧스포츠 소비는 8년 만에 최소, 문 닫은 시설 많았던 탓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의 목적별 최종 소비지출 가운데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2,975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 1970년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사진= 시사경제신문 DB


경기가 불황이면 대부분 품목의 소비가 감소한다. 하지만 유독 소비가 증가하는 품목도 있다. 바로 술과 담배다.

경기가 불황일 때 술과 담배의 소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주류경제학은 열등재(inferior goods)로 설명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줄어드는 정상재(normal goods)와 달리 열등재는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줄고 소득이 감소하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술과 담배를 열등재라고 한다면 경기침체기에는 소비가 증가하게 마련인 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한 지난해의 경우에는 국내 소비자의 술과 담배 지출액이 역대 가장 크게 불어났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집단적 피로감이 커진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강화하자 술과 담배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의 목적별 최종 소비지출 가운데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2,975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 1970년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앞서 지난해 1분기에 이 부문 지출액은 4조1,585억 원을 기록해 2017년 4분기의 4조2,009억 원, 그리고 2016년 1분기의 4조1,752억 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의 술과 담배 지출액도 4조1,761억 원에 달해 2017년 4분기 기록에 바짝 다가섰고, 3분기 들어서는 아예 새 기록을 썼다. 지난해 3분기의 1년 전 대비 술과 담배 지출액 증가율은 6.2%로 2016년 2분기의 6.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던 1997년 1분기에는 술과 담배에 1조6,895억 원이 쓰여 한 해 전보다 20.0%나 지출액이 급증했다. 그해 2분기에도 1조6,930억 원을 지출, 1년 전 대비 증가율이 18.6%에 달했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를 봤을 때도 지난해 3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가계지출 가운데 주류·담배 소비지출 금액은 4만2,980원으로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주류(1만9,651원)와 담배(2만3,329원) 소비지출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19의 여파는 여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오락, 스포츠 및 문화 부문 소비지출액은 12조3,963억 원으로 2012년 3분기의 12조3,298억 원 이후 가장 적었다.

특히 이는 지난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24.1%나 줄어든 수치다. 이 같은 감소율은 역대 가장 큰 폭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문을 닫는 공연장과 체육 시설들이 많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시사경제신문=이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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