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5%, 월간 상승률 3개월 연속 0%대
연간 소비자물가도 2년 연속 0%대, 일본 ‘잃어버린 20년’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에 이어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내년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이 강서구에 위치한 수협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인플레이션은 나쁘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은 그보다 더 나쁠 수 있다.’ 이는 디플레이션의 폐해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디플레이션은 소비 정체, 은행을 포함한 기업의 도산, 실업자 증가, 주가 하락 등의 연쇄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 물가가 더 높아지고, 물가 상승률 역시 1%대로 간다면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에 이어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지속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0.4%에 이어 2년 연속으로 0%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연간 소비자물가가 0%대를 기록한 것은 저유가와 경기 부진이 겹쳤던 2015년(0.7%)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을 포함해 모두 네 차례뿐이다.

통계청은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의 침체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데다 무상교육 등 정부의 정책 지원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정부의 정책적 요인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았을 뿐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경기 침체 ▷물가 하락 ▷지속적인 저금리 ▷설비투자 부진 ▷소비 위축이라는 경제 상황이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 일본과 닮은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근원물가도 낮은 수준이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의 후유증을 앓던 지난 1999년의 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4% 상승했다. 이 역시 1999년의 -0.2% 이후 최저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7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지만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6월(0.0%), 7월(0.3%), 8월(0.7%), 9월(1.0%)까지 오름세를 키우다 10월에 0.1%로 뚝 떨어졌다. 11월에는 0.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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