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대유행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김정은 위기에 몰릴 수도

다음 달 회의에서, 북한은 내부적인 힘을 강화하고, 보다 자립적인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또 다른 ‘정면 돌파(frontal breakthrough)’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유튜브 캡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9년간의 통치 중 가장 어려운 도전에 맞서고 있는 가운데, 그는 다음 달에 대규모 노동당 대회를 열어 자신에 대한 국민의 충성심을 높이고, 새로운 경제 및 외교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에이피(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권력 장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세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상황은 여전히 악화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AP통신의 견해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북한의 자체적인 봉쇄가 장기화될 것이며, 식량과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들 사이에 공황(panic)을 촉발하는 완전한 경제적 폭풍의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이 노동당 회의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지난 2016년 총회에서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 의지를 재확인하고, 야심에 찬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5년 후,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더 많은 인내와 노동력을 위해 주민들을 더욱 압박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내년 초 노동당 회의를 개최하기는 하겠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 회의에서 북한이 경제발전 측면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제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고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돌파구 찾기가 매우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국경을 폐쇄하는 조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은은 20192월 하순 하노이에서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제한적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광범위한 제재 완화 요구를 거부,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유엔 제재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하며 2020년을 당차게 출발은 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추진력은 즉각적인 좌절에 직면했다. 1월 말 북한은 코로나19가 출현한 후, 가장 큰 교역 상대이자 원조 수혜자인 중국과의 국경을 포함한 모든 국경을 봉쇄해야만 했다. 국경 폐쇄의 결과, 올해 10월까지 북한의 대중국 교역량은 75%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북한의 공장 가동률이 2011년 말 김정은 집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설탕과 양념 같은 수입 식품의 가격이 4배나 올랐다고 한국의 국정원이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정보를 주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몇 달 동안 북한은 미국 달러화의 시장사용을 제한했지만, 자국 통화인 원화가 급격히 절상되어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국회의원 중 한 명인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당국은 10월 평양에서 유명 환전상을 희생양으로 처형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운영하는 한 연구소의 임수호 애널리스트는 북한이 대유행 속에서 북한 당국의 시장 지배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한 조치는 결국 단속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국민들이 외화 저축액의 일부만 원화로 환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패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만약 코로나19 대유행이 2021년 대부분 동안 계속된다면, 1990년대에 수십만 명의 북한 사람들을 죽게 했던 엄청난 대기근 이후, 북한 경제는 보이지 않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다음 달 회의에서, 북한은 내부적인 힘을 강화하고, 보다 자립적인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또 다른 정면 돌파(frontal breakthrough)’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들이 이른바 최고의 전염병 예방 조치를 강화했다면서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외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제로(zero) 바이러스 주장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지만, 북한이 광범위한 발병 과정을 겪지 않았다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진짜 환자가 없는데 왜 전염병 예방 조치를 높였을까?”

고려대 의대 김신곤 교수는 말이 안 된다면서 그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바이러스 퇴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그곳에 환자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엉망진창인데, 많은 병원들이 여전히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건설된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조금이라도 경계를 늦추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 관리들을 경계하게 한다고 강영실 북한대학원대학교(University of North Korean Studies) 분석가가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외국인을 추방하고, 한 지역을 연이어 봉쇄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포착한 정보에 따르면, “일부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서 북한은 해상 조업을 금지하고, 해외 물품의 출입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 관계자를 처형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서해 경계선 부근 해상에 떠 있는 물체를 발견, 사살해 불태웠다. 그런데 그 물체가 한국의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은 빠르게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대유행 속에서 매우 민감하고 긴장하고 있으며, 비이성적이고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6(추정)의 김정은은 잔뜩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새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그는 지난 4년 동안 평균 103차례에 걸쳐 무기 실험을 참관하고,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하며, 고위급 회담을 주재했다. 올해에는 53차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동정이 급감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핵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김정은을 세 번 만났던 트럼프의 재선을 희망하며, 그에게 세계무대에서 오랫동안 바라던 합법성을 제공해 준 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하향식 정상회담 대신, 조 바이든은 실무자들로 하여금 김정은을 만나기 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고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확인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미 바이든은 그러한 발언을 했다. 따라서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의사소통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타격을 받은 경제, 인종 차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시급한 국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바이든에게 북한 문제가 최우선 과제는 아닐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워싱턴 정권 교체기 때처럼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오랜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와의 조기 회담 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는 큰 도발을 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콜로라도 소재 위성사진업체인 맥사르((Maxar)가 제공한 위성사진에는 지난 26일 평양의 주요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기념행사의 리허설을 위해 대열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국의 국정원은 앞서 북한이 바이든 정부를 겨냥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1월에 열병식을 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정은은 대북제재, 코로나 대유행, 그리고 농작물을 전멸시킨 태풍과 여름 홍수가 다중 위기를 야기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웃국가인 북한이 국경 너머로 난민 유입을 일으킬 수 있는 인도주의적 재난을 겪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AP 통신은 남성욱 교수의 말을 인용 김정은 위원장은 유엔 제재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라는 원투 펀치에 의해 타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김정은의 편에 서서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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