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매출 줄었을 경우 부도 확률 0.18%포인트 상승
부도 확률이 0.1%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은 0.3%포인트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년 기업의 부도 확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 19 장기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시 기업 전경.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부도는 어음ㆍ수표를 발행한 사람이나 기업이 기한이 됐음에도 어음ㆍ수표에 적힌 금액을 변제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부도는 개인의 경우 파산, 기업의 경우 도산을 의미하는 용어로 정착됐는데, 이는 부도가 사실상 해당인이나 해당 회사의 신용도는 이제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단 부도가 나면 그 후에 전개되는 상황은 빛 잔치를 하는 사후처리 과정에 불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년 기업의 부도 확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한국은행은 24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 19 장기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분기별 재무제표 공시기업 2,298곳(전체 법인기업의 40.4%, 2019년 매출액 기준)을 대상으로 내년 중 실적이 회복되는 기본 상황(매출액 증가율 5.8%)과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비관적 상황(증가율 -1.7%)을 가정해 각각의 영향을 분석했다.

특히 기업의 부도 확률을 추정한 결과 매출이 회복될 경우 부도 확률은 1.38%로 올해(1.41%)보다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매출이 줄었을 때는 1.59%로 0.1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996년 이후 기업의 전년 대비 부도 확률 상승 폭이 0.2%포인트를 넘은 것은 IMF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0.28%포인트) 한 번뿐이다. 한마디로 내년 기업의 부도 확률 상승 폭은 23년 만에 최대치가 되는 셈이다.

부도 확률에 따라 연체율도 올해 0.47%에서 금융 지원 유지 시 0.60∼0.80%, 지원 종료 시 1.05∼1.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07∼2019년 부도 확률과 연체율 상관계수는 0.9로 부도 확률이 0.1%포인트 오르면 연체율은 0.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또 정부의 금융 지원이 계속되더라도 비관적 상황에서는 부족해지는 기업 유동성 규모가 올해 1조4,000억 원에서 내년 4조2,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기본 상황에서는 부족한 유동성 규모가 6,000억 원으로 줄었다.

만약 금융 지원이 끝난다면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상황에서 4조 원, 비관적 상황에서 7조7,000억 원으로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자본잠식 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늘어 그 비중이 올해 2.0%에서 내년 2.5(기본)∼2.7%(비관)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 지원 덕분에 올해는 유동성 위험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금융 지원이 안 된다면 위험에 처할 기업들이 꽤 될 것”이라며 “신용 위험까지 겹치는 기업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커지는 만큼 선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살펴보면 비관적 상황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은 올해 37.5%에서 39.1%로 커지고, 부채 비율 200% 초과 기업 비중도 올해 12.4%에서 12.6%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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