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법원, 마지막 역할못했다” 사과 전해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결심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재판분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 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열린 윤씨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988년 8차 사건이 발생한 지 32년, 대법원에서 윤씨의 무기징역이 확정된 지 30년 만이다. 

재판부는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수사기관 부실수사가 발견됐고 잘못된 선고가 나왔다. 20년 동안 정신적 고통 겪었을 피고인에게 법원이 마지막 역할을 못한것은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 사과 드린다.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보탬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 윤씨가 경찰의 불법체포 및 감금, 폭행·가혹행위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사실도 인정됐다. 유죄의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가 조작된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이춘재는 지난달 2일 윤씨의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8차 사건 등 화성·청주에서 발생한 총 14건은 내가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이춘재는 8차 사건 범행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또 법정에서 방청을 하던 윤씨에게 “사죄하겠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검찰도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사과했다. 이 때문에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도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윤씨는 무죄가 확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당시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20년을 복역 후 지난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중학생) 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인근의 농기계수리점에서 일하던 윤씨는 이듬해 7월 범인으로 검거됐다. 윤씨의 나이는 당시 2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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