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후 병원에서 전산 통해 보험금 청구할 수 있도록 입법 추진
전산 자료 전송 업무의 심평원 위탁에 의료계 반발, 재논의 난망

병원을 통한 실손보험금 청구의 입법이 불발됐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시민이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성익 기자] 실손형 보험은 미리 정한 보험금 액수만큼만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과 대비되는 것으로 보험회사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평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질병이나 상해 입원비, 치료비를 실비(實費)로 지급해주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연간 9,000만 건에 이르는 실손보험금 청구의 76%가 팩스, 보험설계사, 방문 등을 통해 종이 서류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보험회사 애플리케이션(21%)이나 이메일(3%)로 청구하더라도 결국 보험회사에서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 사실상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청구가 99%에 달한다.

이 같은 비용과 수고를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금을 진료 후 병원에서 곧바로 전산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시도가 20대 국회에서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20대는 물론 21대 국회에서도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은 의료기관(병원)이 보험회사에 환자 의료정보를 직접 전자형태로 전송할 것을 의무화하고, 전자 서류의 전송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거나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개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청구 간소화에 극도로 부정적인 상황이다.

고 의원이 재차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전송 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윤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여야 합의 처리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법안소위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정무위원회 의원들을 접촉하며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과 민감한 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 보험업법 개정안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야당 간사와 일부 여당 의원까지 이견을 보였다며 법안을 합의 처리한다는 방침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당분간 재차 논의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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