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도 외국회사문책법 ‘만장일치’로 통과
트럼프 대통령 승인만 남아, 중국 기업 증시 퇴출 속출할 듯

제2의 미ㆍ중 경제전쟁으로 불리는 ‘외국회사문책법’이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통과되면서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이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제2의 미ㆍ중 경제전쟁으로 불리는 ‘외국회사문책법’이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통과되면서 알리바바나 바이두 같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이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회사문책법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회사가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가 금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또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외국회사는 반드시 외국 정부 소유이거나 외국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지 공개를 해야 한다.

물론 중국 회사를 꼭 집어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외국의 회사 대부분은 중국 회사라는 점, 그리고 중국 회사의 대부분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국 기업의 상장 제한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의 2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날 외국회사문책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크리슨 반 홀렌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외국회사문책법은 지난 5월 20일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만 받으면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회사들의 퇴출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미국 증시에 큰 충격을 준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대형 회계 부정은 미국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중국 기업의 상장을 어렵게 하는 법 도입에 나서는데 촉매제 역할을 했다. 스타벅스에 도전한다던 루이싱커피는 거짓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법으로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사기를 저질렀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런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회계의 투명성 보장은 물론 이를 감독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고심해왔다. 이 법을 발의한 크리슨 반 홀렌 의원은 “미국 투자자가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상장회사와 같은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에 속아 투자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외국회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통해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하원 표결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업을 정치적으로 억압하는 차별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50개 이상의 국가에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자국 기업의 PCAOB 회계감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회사문책법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통제를 위해 만든 법적 조치와 상충한다는 점에서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 증권감독 당국과 국가기밀보호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을 근거로 외국 기관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회계감사를 할 때 중국 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또 2019년 증권법을 개정,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모든 회사가 자의적으로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중국 기업의 상장을 제한하는 외국회사문책법에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미국 증시로부터의 자금 유입을 포기하고 홍콩과 상하이 증시를 통해 외국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다.

월가에서도 중국 기업이 투자자 보호가 약한 홍콩과 상하이 증시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블룸버그통신은 이 법이 미‧중 간 오래된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