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2,390만 원 올라, 9년 5개월 만에 최고
최저임금 근로자 연봉 2,154만 원, 공급 문제로 내년에도 전세난 지속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 원으로 전달의 5억3,677만 원보다 2,390만 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월간 전셋값 상승액은 KB국민은행이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 KB국민은행 제공

[시사경제신문=이성익 기자] 올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1년 동안 받는 연봉은 2,154만 원 남짓이다. 그런데 지난 11월 한 달간 상승한 서울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390만 원에 달한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연봉보다 한 달 오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더 많은 것이다.

문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물론 부산·대구 등 지방 광역시와 시ㆍ도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히는 전세 공급 문제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 원으로 전달의 5억3,677만 원보다 2,390만 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월간 전셋값 상승액은 KB국민은행이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이 같은 상승액은 올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1년 동안 받는 연봉보다 많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590원이며, 월급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2,154만3,720원인데, 1년 동안 하나도 쓰지 않은 채 저축해도 한 달 전셋값 상승액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전셋값 폭등은 세입자 권리를 강화한 새 임대차법이 본격 도입된 8월 이후 전세의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나타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입자 대부분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으며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이 급감하고, 전‧월세 상한제로 전셋값을 2년에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을 미리 올려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8월 5억1,011만 원으로 처음 5억 원을 돌파했고,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동안 6,146만 원이나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전셋값 통계 작성 이후 월간 전셋값이 1,000만 원 이상 오른 것은 모두 4번이다. 1,941만 원이 오른 지난 2016년 1월을 제외하면 나머지 3번은 모두 올해 몰려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8월 1,089만 원, 10월 1,971만 원, 그리고 11월 2,390만 원 오른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8,632만 원 올랐는데,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4개월 동안 상승액이 전체의 71.2%인 6,146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상승세는 수도권과 지방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3억1,066만 원으로 전달보다 1,545만 원 오르며 조사 이후 처음으로 3억 원을 넘겼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경기도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액은 4,097만 원에 달하는데, 올해 11월까지 전체 상승액이 5,631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전체의 72.6%에 해당하는 금액이 오른 것이다.

부산의 최근 4개월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액은 974만 원으로 올해 전체 상승액인 1,219만 원의 79.9%에 달하고, 대구는 1,321만 원으로 올해 전체 상승액의 75.6%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까지 전셋값 안정세를 보였던 도 단위 지역도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337만 원 올랐는데, 최근 4개월 동안 전체 상승액의 무려 92.6%인 312만 원이 올랐다. 경상북도는 11월까지 415만 원 오른 가운데 전체 상승액의 80.8%인 336만 원이 최근 4개월에 올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4% 오르는 가운데 수도권은 5%, 서울은 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셋값 상승률이 올해의 4.4%보다 더 확대된 5.0%에 이를 전망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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