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만 원권 환수율, 지난해보다 40%포인트 급락
첫 발행 이후 최저 수준, 세금폭탄 회피용도 거론돼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5만 원권의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이 늘어나 환수율이 지난해보다 40%포인트 급락했다. 한국은행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무엇보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숙박 및 음식점업, 여가 서비스업의 대면 상거래 부진을 꼽았다. (사진= 시사경제신문 DB)


올해 들어 5만 원권의 환수율이 급격하게 줄면서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5만 원권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하경제 유입에 따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설명하기에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요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5만 원권의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이 늘어나 환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환수율은 특정 기간의 발행액 대비 환수액의 비율이다.

올해 1∼10월 5만 원권의 발행액은 21조9,000억 원, 환수액은 5조6,000억 원으로 환수율은 25.4%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4%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이런 환수율은 5만 원권을 처음 발행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발행액과 환수액이 모두 줄어든 과거와는 달리 발행액은 늘어나는데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환수액만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도 코로나 19 이후의 특징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무엇보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숙박 및 음식점업, 여가 서비스업의 대면 상거래 부진을 꼽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이나 여가 서비스업은 자영업자 비중이 큰데,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5만 원권이 돌아오는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과거보다 신용카드 거래가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현금 사용 비중이 크다”며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금융기관에 현금을 입금하고, 입금액이나 빈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또 불확실성에 따른 예비용 수요의 증가도 5만 원권 환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대면 상거래 부진으로 5만 원권 환수액은 줄었으나 안전자산 선호 등 예비용 수요로 발행액은 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 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많이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 등으로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고액권 수요 증가와 환수율 하락은 주요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단기간에 크게 하락한 5만 원권 환수율은 지하경제 유입 등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예비용 수요 확대 등이 작용한 데 주로 기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5만 원권 실종에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이 더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폭탄 회피용이다. 증여세 등 세금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자금 추적이 가능한 은행에 맡기지 않고 현금으로 갖고 있다가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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