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은퇴의 2배
일하거나 자녀와 동거할 경우 덜해, 예방 정책 필요

71세 이후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은 인지능력 저하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이환웅, 고창수 부연구위원은 24일 ‘노년층의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치매 정책에의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에서 로봇 앵무새를 성장시키는 로봇 치료 프로그램 ‘피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제공

[시사경제신문=원선용 기자] 치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뇌 손상으로 인지능력에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치매는 치료가 힘들다. 가족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치매는 고령화 사회에서 특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71세 이후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은 인지능력 저하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이런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이환웅, 고창수 부연구위원은 24일 ‘노년층의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치매 정책에의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두 연구자는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고령화 연구 패널 조사를 분석해 그 결과를 11월 월간 재정포럼에 보고서 형태로 실었다.

이들은 71세 이후 배우자와 사별한 고령자는 사별을 경험하지 않은 같은 나이의 사람과 비교할 때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인지능력 저하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사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은퇴가 미치는 효과의 2배에 달할 만큼 강력했다.

여기서 인지능력은 기억력과 집중력, 언어·계산 능력 등을 의미한다. 이런 인지능력 저하가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해 사별을 경험한 개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장기적으로 치매 증상을 나타낼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두 연구자는 설명했다.

쉽게 말해 71세 이후 배우자와 사별했을 경우 남겨진 배우자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71세 이전에 사별을 경험한 고령자의 경우에는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효과가 특별히 감지되지 않았다.

두 연구자는 중위가구 소득의 50% 미만인 저소득층(상대적 빈곤층)에서는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구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사별의 부정적인 효과가 체계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고소득층이 사별의 영향을 적게 받는 이유를 사별 이후 노동 활동과 자녀와의 동거에서 찾았다. 사별의 충격을 근로로 해소하거나 자녀와 동거하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면 심각한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와의 동거 여부가 갖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별을 경험하기 이전부터 자녀와 동거해온 고령자의 경우 사별이 인지능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특별히 관측되지 않았다.

이들은 사별 경험이 인지능력뿐 아니라 치매 발생 확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사별을 경험한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인 치매 예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별을 경험한 저소득 고령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를 우선 제공하는 방안 역시 제안했다.

자녀와의 동거가 고령층의 인지능력 하락을 막는 효과를 낸다면 연말정산을 할 때 부모와의 동거에 대한 부양가족 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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