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재 527억800만 달러, 2012년 이후 최대 규모
수출대금 영향, 개인들의 재테크 차원 사재기도 한 몫

달러가 쌀 때 많이 사 두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달러예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현재 527억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치다. 뿐만 아니라 달러예금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달러가 쌀 때 많이 사 두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달러예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수출이 회복되면서 우리 기업의 달러 계좌로 수출대금이 많이 들어온 영향도 있지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를 사들이는 개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우처럼 평소 꾸준히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실수요 고객들이 달러를 미리 사두려는 경우가 부쩍 늘어난 것은 물론 개인들 가운데서도 환차익을 노리고 쌀 때 사두자는 재테크 수요까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로 환전돼 입금된다. 금리는 1%로 낮은 수준이지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환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현재 527억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치다. 뿐만 아니라 달러예금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앞서 달러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10월 말에는 526억2,,800만 달러였다. 현재는 이 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현재 추세로 봐서는 11월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이 재차 역대 최대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달러예금 잔액이 하루 이틀 사이에 원화로 1조∼2조원 이상 늘면서 553억 달러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110.0원에 마감하며 2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11일의 경우 불과 이틀 새 22억8,700만 달러가 불어나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이 553억2,600만 달러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달러예금의 주요 고객은 기업, 즉 법인 고객이다. 올 들어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의 대대적인 확산 이후 주식 폭락과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를 겪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양적 완화로 이런 추세는 회복됐다. 수출 기업의 경우 불안 심리가 아직 남아 있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팔지 않고 그대로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은행권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수입대금 등 결제자금 지급을 위한 달러예금 잔액을 늘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어느 정도 하락했다고 판단해 달러를 사들이는 기업도 늘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이어져 온 달러예금 증가세의 가장 큰 요인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이 늘어난 점이 꼽히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10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발표하며 지난달 외화예금 증가의 배경과 관련해 “개인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달러 저가 매수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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