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LH공사가 송현동 땅 매입하면 소유 부지와 교환하는 방식 검토
교환 부지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거론되는 마포구. 구민 희생 강요 반발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20일 서울시가 대한항공(KAL) 소유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입을 위한 한국주택토지공사(LH)와의 ‘맞교환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이를 단호히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8월 17일 마포구청 정문 광장 앞 ‘현장 구청장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유동균 마포구청장(왼쪽 네 번째). 사진=마포구 제공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사유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을 공원으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땅 주인인 대한항공이 원하는 금액을 맞춰주기 어려운 서울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를 끌어들이고 다른 땅을 교환 부지로 내주는 복잡한 거래 과정에서 구체적인 교환 부지가 거론되자 해당 자치구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 송현동 땅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민간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곳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민간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송현동 땅의 교환 부지로 LH공사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H공사가 대한항공에 송현동 땅 매입 대금을 지급하고 교환 부지로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받는 방식의 삼각 거래다.

송현동 땅의 교환 부지로는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포함한 복수의 서울시 소유 부지가 검토 선상에 오른 상태로 LH공사가 이들 땅의 사업성과 도시계획 현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을 송현동 땅과 교환하기에 적절한 부지로 판단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송현동 땅이 3만6,642㎡,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이 7만2,571㎡다. 또 공시가격은 각각 3,300억 원, 2,600억 원 정도다. 송현동 땅이 더 비싸지만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은 현재 용도가 자연녹지인 상태여서 단순히 공시가격으로 가치를 따지기는 어렵다.

다만 서울시의 구상이 성사되려면 LH공사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LH공사는 강남구 세텍(SETEC) 등 다른 교환 부지를 원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의 경우 지난 8·4 부동산 대책에서 신규 주택공급 부지로도 포함된 만큼 LH공사가 이를 넘겨 받아 개발하면 명분도 서지 않겠느냐는 것이 서울시의 기대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26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서명할 최종 합의 조정서에는 교환 부지가 명시되지 않을 것”이라며 “LH공사가 검토를 마쳐야 하는 만큼 교환 부지의 확정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방안에 대해 마포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다른 지역의 공원 조성을 위해 마포구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부지 교환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마포구와 주민 협의 없이 추진하는 임대주택 건설 등 어떤 행위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당사자인 마포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교환을 추진하는 상황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토교통부, 서울시, 마포구,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서부운전면허시험장 활용 방안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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