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담배회사들 대상으로 533억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법원은 폐암 등 질병과 흡연의 개별적 인과관계 인정하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500억 규모의 손해배상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담배 소송은 폐암에 걸린 흡연자들이 발병 원인으로 담배를 지목하면서 국가나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4월에 제기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소송은 6년 넘게 진행됐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양기관에 보험급여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하거나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보험급여비용을 지출해 재산 감소나 불이익을 입었더라도 법익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보험급여비용 지출은 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보험 관계에 의해 지출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들의 행위와 보험급여비용 지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특히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의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지난 2014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처음으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이다.

청구액은 533억 원으로 하루 1갑 이상 20년 넘게 담배를 피워 폐암 등이 발병한 3,400여 명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부담한 진료비였다.

반면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면서도 흡연과 폐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과 흡연에 따른 암 발생은 개인의 선택 문제이지 담배 제조·판매사의 책임은 없다고 맞섰다.

앞서 대법원은 유사 소송에서 암은 유전 등 선천적인 요인과 식생활 습관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도 대법원 판례와 같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증거 역시 대법원의 판례를 뒤엎을 만큼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등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증거조사 과정에서 흡연 외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하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에서는 20년 이상 흡연 이력을 갖고 있어 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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