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국 순위 10위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라
저금리에 기반한 환율 헤지 비용 감소 원인

사진: 한국 투자자는 지난해 1년간 120억 유로(16조 원) 상당의 유럽 상업용 부동산을 인수했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유럽 상업용 부동산을 많이 사들인 국가가 된 것이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한동안 한국 투자자는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조사 기관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는 지난해 1년간 120억 유로(16조 원) 상당의 유럽 상업용 부동산을 인수했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유럽 상업용 부동산을 많이 사들인 국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 하락과 경쟁 심화가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초저금리에 기반한 환율 헤지 비용의 감소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한국 투자자의 돈이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 시각)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15억6,000만 달러(1조7,250억 원) 상당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억4,000만 달러(1조3,710억 원)보다 25.8% 급증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거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투자액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 투자자의 비중도 늘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 중에서 한국은 10위(3.7%)였지만 올해는 3위(8.6%)로 뛰어올랐다. 한국보다 더 많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한 나라는 캐나다와 독일뿐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당국의 자본 유출 제한 등으로 투자가 급감한 상태다.

WSJ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한국의 투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 19 이후 미국의 초저금리 상황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초저금리 때문에 금리에 기반한 환율 헤지 상품의 가격이 대폭 하락했고, 이는 한국 투자자가 부담 없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체 뉴마크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는 2년 전만 해도 매년 부동산 가격의 2%를 환율 헤지 비용으로 지출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헤지 비용이 0.1%에 불과하다. 환율 헤지 비용은 해외통화를 이용한 거래에서 기준통화와 해외통화 간 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을 말한다,

WSJ은 최근 시애틀에서 매각된 6억 달러(6,630억 원)짜리 건물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경쟁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건물을 구매하겠다는 12건의 문의 가운데 4건이 한국 투자자들의 문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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