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 존중 외치는 사회에서 ‘선택적 노동 존중’ 말아야”
“정리해고 이후, 노동자들 택배·지방 건설직에서 일해···막막한 생계 가슴 아파”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위해 이상직 지분 헌납·정부, 국유화 방식 고민해봐야”

9일 강서구 노조 사무실에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이 시사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이스타항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상직 의원이 약속했던 지분 헌납과 정부가 이스타항공을 국유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9일 <시사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타항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말 제주항공과 인수·합병(M&A) 체결 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써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2월엔 급여가 40%만 지급됐고, 3월부터는 월급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은 무산됐다.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만은 철회해 달라며 고통 분담안까지 제시했지만, 결국 10월 14일 605여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업계 첫 번째 정리해고다.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2020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 사태를 막아내기 위해 박 위원장은 10월 말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다 의식을 잃고 쓰려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시사경제신문>은 박 위원장과 노조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자리를 가져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 회복 중인 박 위원장은 윗 입술은 부르트고,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이스타항공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는 견고했다. 

지난 10월 직원 615명 해고를 불러온 이스타항공 사태에 박이삼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진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박 위원장의 모습. (사진=김주현 기자)

단식농성 진행 중 몸 상태 악화로 인해 입원까지 했었는데,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

“원래 운동을 많이 한 체질이라 그나마 버틴 것 같다. 단식하는 동안 살도 많이 빠지고 기력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단식은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고, 최대한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나 더 절박한 상황이 생긴다면 또 할 것이다. 죽자고 달려들어야 뭐가 나오지 않겠나 싶다.”

기자회견부터 집회, 항의 서한 전달과 단식농성, 촛불집회까지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있나.

“일단, 사회 전반적으로 이스타항공 노동자들과 항공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많은 국민의 관심을 많이 불러일으킨 거 같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청와대, 정부여당, 사법기관 등 뭔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필요한데 오히려 피해자들만 더 나와서 얘기하는 상황만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더 외면당하고 있다. 노동 존중을 외치는 사회에서 선택적으로 노동 존중을 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해고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났다. 현재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장이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쉽지 않다. 겨우 구해봐야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게 전부다. 일부 조종사분들은 지방 건설현장에 나가서 일을 한다. 그런데 이분들이 안 쓰던 근육을 쓰니까 일을 하다 손목이나 허리, 발목 등을 다쳐서 오히려 병원비가 더 나가고 있는 판국이다. 현실적으로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고 가슴이 아프다. 현재 우리집도 아내가 식당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 그걸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답답한 현실이다. 삶이 이 정도로 될지 꿈에도 몰랐다.”

현재 이스타항공에 남아있는 분들의 상황은 어떤가.

“‘산 자와 죽은 자’ 보통 이렇게 말하지만, 여기서는 산 자와 죽은 자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산 자가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임금은 계속 체불되고 있는 상황이고, 식비와 교통비도 나오지 않아 집에서 걸어서 출근한다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지금 나가게 되면 체당금을 못 받는 상황이 되니까 이도저도 못하고 버티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직 의원이 지분 헌납 및 이스타 사태 해결 후 복당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들려오는 소식은 있나.

“이상직 의원은 지난 6월 제주항공이 250억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을 묻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식헌납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아직도 대주주는 이상직 의원들의 두 자녀가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로선 그 주식을 매각해 매각대금을 챙겨서 나가려고 하는 모양새로 밖엔 안 보인다.”

이상직 의원은 지난 6월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의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약 4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을 위해 이상직 의원과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주현 기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이스타항공 사태 해결을 지속해서 촉구하고 있다. 이에 돌아오는 답변은 있나.

“단식농성 진행 일주일 후 민주당에서 노웅래 의원이 한 번 찾아온 적 있다. 노 의원이 ‘이 문제는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늦게 찾아와서 미안하다’라고 얘기를 했고, 당과 논의를 하고 다시 찾아오겠다고 얘기는 했는데, 그 이후로 소식이 없다.” 

사측에 가장 요구하는 부분이 무급휴직을 통합 고용유지인가.

우리는 순환무급휴직을 요구했다. 무급휴직은 돈은 아예 안 받고 쉬는 것이고, 순환무급휴직은 서로 돌아가면서 일을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쉬는 동안은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있으니 그것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고용유지를 시켜달라고 말한 것이다. 이 와중에 노동자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면 이전까지 있던 체불임금도 일부 탕감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또 고통 분담이 더 필요하다면 임금까지도 삭감도 하겠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정말 모든 것을 다 내주고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해 사측과 노조 측의 입장이 다르다. 노조 측은 “5억원 가량 고용보혐료 미납으로 지원 못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측은 “고용보험료 5억원만 낸다고 지원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5억원이 아까워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 만큼 부도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우리가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경위는 고용보험료가 체납됐기 때문이다. 고용보험료가 납부돼야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게 최소 조건이다. 사측은 5억원 가량의 고용보험료가 체납된 것이라도 납부해보고 안된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내놓을 생각이 없기때문에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밖에 안들린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후 이스타항공은 구조조정이 전망됐고, 이는 결국 현실이 됐다. 이스타항공은 10월 직원 605명에게 정리해고 절차를 진행했다. 사진은 10월 14일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사태에 정부와 여당이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올 초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싸우고 있다. 체력과 심적 모두 많이 지쳤을 거 같다.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나. 

“내가 안 하면 누구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대교를 건너는 순간마다 몇 번을 죽을 생각을 했다. ‘내일이면 해결되겠지’, ‘다음 달이면 해결될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기대심리 때문에 더 힘들었던 거 같다. 그래서 7월부턴 모든 걸 내려놨다. 내려놓고 나니 마음은 좀 홀가분해졌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가족들이 반대하지 않고, 응원해주는 것. 이것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스타항공 사태’ 말 그대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상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줘야 할 건 정부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의 방안이 있다. 첫 번째는 이상직 의원의 지분 헌납과 정부가 이전까지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에게 지원해줬던 만큼 지원해 주는 것이다. 비행 운영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도 아까도 말했든 노동자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고통을 분담할 의지가 있다”

“두 번째는 정부가 국유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정부에 이득이 되겠냐라고 말한다면, 코로나19가 끝난 후 잠재된 여행심리가 풀리면서 항공산업은 금방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정부가 다시 재매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시민사회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회와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참여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자들이 노력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참여가 분명히 세상을 바꿀 것이다. 조금 더 함께 목소리를 실어줬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