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북한은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팔려는 제스처로 시간을 끌고, 끝내는 ‘공식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북한은 비핵화를 향한 진지한 움직임은 보이질 않을 것이다. (그래픽 : 시사경제신문)

내년 120일 공식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현실일 것이라며 미국은 앞으로 어떤 원칙 있는 외교(principled diplomacy)’의 일환으로 어떠한 양보를 하든지 간에,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이 핵무기 국가라는 것을 근거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콤 데이비스는 미국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국익)’ 11일자 기고문에서 “2021120일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은 미국이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과 치열한 관계에 또 다른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말콤 데이비스는 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주 전략 정책 연구소의 국방 전략 및 역량 분야의 선임 분석가이며, 그의 연구 전문 분야는 우주정책, 미래 군사기술, 인도태평양 지정학적 분석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위협과 핵 벼랑 끝 전술(nuclear brinkmanship)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1년 만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정상외교를 시도했다.

-북 정상외교는 예상대로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증강, 구축하겠다는 지속적인 북한의 의지를 꺾는 데 실패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원칙 있는 외교의 일환으로 미국이 어떤 양보를 할지라도, 북한은 비핵화를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는 인식, 즉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상대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콤 데이비스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접근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회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전략적 인내로는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오로지 북한에게 보다 더 나은 핵전력 개발을 할 시간만 주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북한이 새로운 핵과 미사일 능력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도로이동식 고체연료 ICBM은 지난 1075주년 기념행사에서 대량의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6 ICBM’을 공개한 뒤 김정은 위원장은 크게 마음에 들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바이든을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패야 할 미친 개(rabid dog)”라고 불러왔기 때문에, 김정은이 트럼프와 같이 러브레터를 보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대신 김정은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재개의 전망과 새로운 핵실험 가능성을 포함한 새로운 미사일 시험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시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말콤 데이비스의 전망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바이든 대통령 휘하의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 강화보다는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게 할 뿐이며, 또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에 대해 강경하게 밀어붙이려는 미국의 동기를 강화시킬 뿐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사일로의 복귀 비용과 핵실험 비용에 대해서는 취임 후 곧바로 바이든 대통령이 평양에 명확히 미국의 뜻을 전달해야 하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 미국의 확장된 핵 억지력 안전 보증을 신속하게 강화해 말보다는 실체를 보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한 조치는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 약속에 대한 미국 동맹국들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다.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말고 평양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적 핵 억제력 강화와 주한미군 주둔 재정 문제를 둘러싼 파괴적 공방 끝에 한국과의 핵심 방위관계 회복에 나선 것으로 볼 때,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적 교류의 창구가 닫히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평화협정이나 미국의 병력 철수는 없을 것이며, 김정은에게 남은 것은 그의 핵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될 것이다.

김정은에게 이것은 그가 직접 만든 함정이기도 하다.

제재 해제의 대가로 비핵화의 기회를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볼 수 있는 평화협정을 수용하기보다, 언젠가는 어떤 형태의 통일 가능성까지를 놓고, 북한은 도발적 행위를 멈추지 않고 비핵화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않을 수 있다.

김정은이 20192월 하순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형식적인 제스처는 실제로 같은 말()을 두 번 팔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그랬고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북한은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팔려는 제스처로 시간을 끌고 끝내는 공식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북한은 비핵화를 향한 진지한 움직임은 보이질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에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의 경제 정치적 포용에 대한 대가로 단계적 비핵화라는 현실적이고 검증 가능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단계적 관여의 길 등 바이든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의 길을 가져야만 더욱 엄격한 대북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강경 일변도의 북한 핵보유국 지위만을 노리다가는 미래에 긴장 고도의 시기가 있을 뿐이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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