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차 기후협약 당사국총회 주최 맞춰 녹색 정책 확대
녹색 채권 시장 규모는 세계 채권 발행의 3.5% 수준

영국이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는 녹색 채권을 사상 최초로 발행한다. (사진 : 영국 증권거래소/위키피디아)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영국이 사상 처음으로 내년 녹색 채권(green bond)을 발행한다. 녹색 채권은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으로 탄소 감축, 신재생 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의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돼 있다.

녹색 채권은 채권을 발행하고 원리금을 상환한다는 점에서 금융적으로는 일반 채권과 다른 점이 없다. 하지만 녹색 채권은 투자자가 환경 보전이라는 윤리적 목적을 가지고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반 채권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 2007년 유럽투자은행이 처음으로 녹색 채권을 발행한 이후 2015년 파리협정 체결을 통해 발행이 가속화됐다. 특히 세계은행은 지난 2008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 연료 효율화 사업, 수질 개선 사업, 산림 보호 등과 관련된 환경친화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 채권을 발행해 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9년 3월 녹색 은행법을 의회에 상정했으며, 이에 재무부는 100억 달러의 녹색 채권을 발행해 녹색은행의 최초 자본금으로 활용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수출입은행을 통해 아시아 최초로 녹색 채권을 발행했고, 2017년부터는 원화표시 녹색 채권도 나오고 있다.

환경친화적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면서 최근 녹색 채권 시장 역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채권 발행의 3.5%인 2,500억 달러(약 279조 원) 규모가 녹색 채권이었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녹색 국채 발행 계획을 내놨다.

영국 정부는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는 데다 유동성도 떨어져 녹색 채권 발행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내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를 주최하기로 하면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수낙 장관은 “앞으로 수년간 녹색 정책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녹색 국채는 일련의 새로운 채권 발행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10년 만기로 65억 유로(약 8조6,000억 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달 중 5년물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역시 비슷한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총 7,500억 유로(약 993조 원) 규모의 코로나바이러스 회복 프로그램 재원의 30%는 녹색 채권을 통해 조달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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