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성 화백이 그린 100원짜리 동전 속의 충무공 표준영정
5,000원권, 10,000원권, 50,000원권 등 3종 지폐도 사정권

친일 화가 작품으로 이뤄진 화폐 표준영정 교체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 관계자는 "100원짜리 동전의 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의 지정 해제 여부에 따라 향후 100원짜리 동전의 모습부터 달라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충남 아산의 현충사에 봉안된 충무공 이순신의 표준영정은 동양화가인 월전 장우성(1912~2005) 화백의 작품이다. 표준영정이란 선현의 영정을 제작할 때 그 모습이 언제나 일정하도록 통일시켜 놓은 초상화를 말한다.

우리나라 화폐에서 표준영정의 필요성이 높아진 계기는 율곡 이이의 초상화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1972년 5,000원권이 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율곡의 콧날이 날카롭고 매섭게 표현돼 마치 서양사람 같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5,000원권의 원판을 영국의 화폐 제조업체 토마스 데라루에 제작 의뢰한 결과 빚어진 일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1973년 9월에 발행한 500원권의 충무공 초상화부터 표준영정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글씨가 담긴 머릿돌의 처리 방식을 검토 중인 한국은행이 친일 화가가 그린 화폐 속 표준영정도 새 것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화폐 속 초상화에 대한 정부의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될 경우 한국은행도 도안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폐 가운데 100원짜리 동전(이순신), 5,000원권(이이), 10,000원권(세종대왕), 50,000원권(신사임당) 속 표준영정의 작가는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됐다. 

이순신 표준영정은 장 화백, 이이와 신사임당 표준영정은 김은호 화백, 그리고 세종대왕 표준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그렸다.

가장 먼저 바뀔 것으로 보이는 것은 100원짜리 동전이다. 장 화백이 그린 충무공 이순신 영정은 1983년부터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져 왔다.

100원짜리 동전의 표준영정은 현충사관리소에서 지정 해제를 신청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서 해제를 심의 중인데,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앞서 장 화백이 그린 유관순 열사의 영정은 1978년 표준영정이 됐다가 이후 지정 해제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의 지정 해제 여부가 가장 먼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바꾸게 된다면 100원짜리 동전의 모습이 먼저 달라질 것”이라며 “100원짜리 동전은 녹여서 새로 만들면 되는 만큼 크기나 재질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체에 큰 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5,000원권, 10,000원권, 50,000원권 등의 지폐는 현재 표준영정 지정 해제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당장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표준영정 외에 나머지 친일 논란이 있는 화가가 그린 표준영정 13위를 문체부가 지정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친일 화가의 영정이 쓰인 은행권도 표준영정 지정이 해제되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3종의 지폐를 바꾸는 데는 약 4,700억 원의 돈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화폐 속 도안을 교체할 때는 동일 인물의 표준영정이 제작될 때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다른 인물이나 비(非) 인물로 바꿀지도 결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