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효과 90% 이상 중간 결과 발표
조만간 美 FDA에 긴급 사용 승인 신청 계획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공이 눈앞에 다가왔다.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일라이릴리 등 굴지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벌인 코로나 백신 개발 레이스에서 미국의 화이자(Pfizer)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 그래픽=시사경제신문 제공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어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개발 레이스에서 승리할까.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글로벌 빅파마는 엄청난 금전적 이득은 물론 노벨상 수상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제약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 일라이릴리 등 굴지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벌인 코로나 백신 개발 레이스에서 미국의 화이자(Pfizer)가 일단 승기를 잡았다. 독일의 바이오엔테크(BioNTech)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 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준다.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은 93%의 효과가 있는 홍역 백신 만큼 예방 효과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75% 이상의 효과를 가진 코로나 19 백신을 기대해왔다. 심지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50∼60%의 효과를 가진 백신도 괜찮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와 과학계는 내년 상반기 중 화이자를 포함한 코로나 19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될 경우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지 12∼18개월만으로 세계 백신 개발사에서 최단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지금까지 최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은 지난 1967년 4년여 만에 승인된 볼거리 백신이다.

화이자는 9일(현지 시각)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 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 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신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으로 3상은 가장 규모가 크고, 허가의 핵심이 된다.

이날 발표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 패널인 ‘데이터 감시위원회’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3상 임상시험에 관해 내놓은 중간 결과다. 미국과 해외 5개국에서 4만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을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코로나 19 백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가짜 백신(플라시보)을 투여했다.

그 결과 두 실험군을 통틀어 현재까지 94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결국 3상 임상시험에서 나온 확진자의 90% 이상이 플라시보를 투여한 실험군에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후로 첫 번째 투여일로부터는 28일 뒤라고 화이자는 설명했다. 코로나 19 백신은 2회 투여해야 면역력이 생긴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 코라나 19라는 글로벌 보건 위기를 끝내는 데 도움을 줄 돌파구를 제공하는 데 한 걸음 가까워졌다”며 몇 주 안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관한 추가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불라 CEO는 이날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터널 끝에서 마침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00년간 가장 중대한 의학적 발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자평했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관한 추가 데이터를 점검한 뒤 11월 셋째 주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심각한 안전 우려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화이자는 밝혔다. 지난 7월 27일 시작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3상 임상시험은 164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2회 투여 기준)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13억 회 투여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 19 백신의 장기간 안전성과 효험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이자 백신의 중간 결과에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의 개장 전에 발표된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중간 결과는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다우지수는 834.57포인트(2.95%) 오른 29,157.97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지난 6월 5일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S&P500 지수 역시 41.06포인트(1.17%) 오른 3,550.50에 거래를 마쳤다.

유럽의 주요 증시는 뉴욕 증시보다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에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57% 급등한 5,336.32,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4.94% 오른 13,095.97로 각각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도 4.67% 상승한 6,186.29로 거래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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