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운영회사 실적 보고 투자했다가는 낭패
국내 증시 상장 역외지주회사 절반 상장폐지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역외지주회사 방식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에 투자할 때는 재무제표 상황을 오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본국 내 사업 운영회사의 실적이 좋더라도 역외지주회사의 상환능력과 자본구조는 부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실제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예탁증서 또는 주식을 직접 상장하거나 사업 운영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역외지주회사를 설립해 상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중소기업은 홍콩에 역외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이 역외지주회사를 한국 증시에 상장해 유상증자하거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중국의 중소기업으로 보내져 활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사업 운영회사의 우량한 실적만 보고 역외지주회사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시에 상장됐던 한 역외지주회사는 연결재무제표 상으로 자기자본이 5000억 원 이상인 우량 회사로 보였지만 자체 상환능력은 거의 없었다. 이 역외지주회사는 250억 원의 사채를 갚지 못해 상장폐지 됐다.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기업은 역외지주회사 25개, 사업 운영회사 11개 등 총 36개다. 하지만 이 가운데 14개가 상장 폐지된 상태다. 특히 역외지주회사의 경우 절반에 달하는 12개가 상장 폐지됐다.

이처럼 투자 리스크가 높은 것은 투자자들이 현행 연결재무제표 공시 문제로 역외지주회사의 상환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역외지주회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 운영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외에 별도의 재무제표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역외지주회사의 자체 수익구조, 유동자산 현황 등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또 역외지주회사가 국내 조달 자금을 사업 운영회사에 빌려주거나 출자할 때 해당국 외환거래 규제를 지키지 않으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위험이 있는데도 이에 대한 공시는 미흡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 개정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선 이전이라도 역외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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