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ㆍ장바구니 물가 상승에도 근원물가 21년 만에 최대 하락
정부, “통신비 지원, 유가하락 작용…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냐”

지난 10월 집세(월세와 전세) 상승률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소와 과일 등 장바구니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 만에 다시 0%대로 주저앉아 디플레이션의 징후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서울시 강서구 수협중앙회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지난 10월 집세(월세와 전세) 상승률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소와 과일 등 장바구니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개월 만에 다시 0%대로 주저앉아 디플레이션의 징후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통신비 지원 등 정책효과에 따른 서비스 물가 인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식물가 상승 폭 감소, 국제유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지난 1999년 9월 이후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영향을 받는 품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지수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의 105.46 대비 0.1% 올랐다. 이는 지난 6월(0.0%)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6∼8월 0%대에서 머무르다 9월 1.0%로 올라섰지만 지난달 다시 내린 것이다.

지난 10월 집세 상승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0.5% 상승해 2018년 8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 가운데 전셋값은 0.6% 올라 지난해 2월(0.6%)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월세는 0.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9%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역시 13.3% 올랐다.

이처럼 집세 상승과 장바구니 물가의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1% 오르는데 그쳤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3% 내려 지난 1999년 9월(-0.4%) 이후 최대의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저물가 기조는 불황의 징후로 읽힌다. 특히 근원물가가 하락하는  것은 경기침체 국면과 결합해 불황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많다. 소비자가 상품 구매를 하지 않아 기업에 재고가 쌓이고, 이는 수익 악화로 연결돼 경기가 후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계청은 통신비 지원 등 정책효과, 그리고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인당 2만 원씩 지급한 통신비 지원으로 소비자물가를 0.7%포인트 정도 끌어내렸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 역시 소비자물가를 0.1%P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안 심의관은 이어 “이들 2개 품목만으로도 약 0.8%p가 하락한 만큼 이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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