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2021년 공공기관 지정 사전 절차 착수
사모펀드 감독 부실, 기강 해이에 지정 목소리 높아

금융감독원. (시사경제신문DB)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 기구다. 과거 금융이 기업을 지배했던 시절에는 재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이런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지분ㆍ예산ㆍ기관장 임명 등을 통해 지배하는 정부산하기관은 600개 정도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장관은 이 가운데 400개 안팎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획재정부의 관리는 물론 감사원의 감사, 그리고 국회의 국정감사도 받게 된다.

이 같은 점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해왔는데, 올해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감독 부실 논란 탓에 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2일 정부 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1년도 공공기관 지정을 위한 사전 절차를 이달 시작한다.

기획재정부는 먼저 지정 후보 기관에 대한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세재정연구원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다. 이를 토대로 내년 1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수년간 논란거리였다. 정부는 2018년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엄격한 경영평가를 받고,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 문제를 해소하는 등 4가지 조건을 전제로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한 바 있다.

이듬해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경영평가 등 3가지 문제는 해소됐지만 상위직급  감축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매년 이행 실적을 제출키로 하고 공공기관 지정을 피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감독 부실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더구나 윤석헌 원장의 발언 내용이 공공기관 지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해설될 여지를 남겼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독립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예산이나 조직, 인원 등에 있어서 모두 금융위원회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 의지대로 시장 상황을 감독ㆍ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상위기구인 금융위원회의 감시·감독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당위론이라면 공공기관 지정은 피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반대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이미 정부(금융위원회)와 국회(정무위원회)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을 찾기 어려운 중복 규제라는 논리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의원(국민의힘)은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태 등에서 나타난 금융감독원의 감독 부실, 기강 해이 문제를 들어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에 심도 있게 논의해 조건부로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했다. 4가지 조건이 이행됐는지 점검해 보고 추가로 이번에 라임 사태까지 감안해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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