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룰’ 기준 취득원가 아닌 시가평가 바꾸는 것이 핵심
여당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되면 지배구조 대변동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이자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이자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형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5.8%에 불과하지만  삼성생명(8.51%)과 삼성물산(5.01%)을 통해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이 같은 지배구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지난 6월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로만 소유할 수 있는데, 이 때 지분 가치를 시가평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 주)는 1980년 당시 취득원가(주당 1072원)를 반영해 5444억 원으로 평가된다. 이는 삼성생명의 자산 중 3%인 9조 원에 미달, 현재로서는 주식 보유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가평가 기준으로 계산법이 바뀌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30조 원 수준으로 급증한다. 다시 말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자산의 3%인 9조 원을 훌쩍 넘어서게 돼 삼성생명은 20조 원이 넘는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화재도 상황은 마찬가지. 삼성화재는 현재 삼성전자 주식 8880만 주를 가지고 있는데,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조 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이 부회장이나 다른 계열사가 사들여야만 하는데, 이는 삼성그룹이 수년간 풀지 못한 과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주요 변수이자 뇌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폐기됐지만 21대 국회는 상황이 달라졌다. 174석을 가진 슈퍼 여당이 강하게 추진할 경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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