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도입 추진 중인 중국에서 가짜 전자지갑 등장
인민은행 당국자도 지폐 시대처럼 위조 문제 직면 고백

디지털 화폐 사진. SK제공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세계 처음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서 벌써부터 가짜 전자지갑이 등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디지털 화폐란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 형태로 저장해 거래할 수 있는 통화인 것이다. 전자화폐ㆍ가상화폐(암호화폐)ㆍ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대표적 디지털 화폐인데, 중국이 현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 화폐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위조 화폐 유통 문제의 근본적 해소를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의 주요 장점 중 하나로 거론해왔다. 하지만 가짜 전자지갑 등장 사례는 중국에서 가짜 돈을 몰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지 차이신(財新)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 소장은 전날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 금융 서밋 기조연설에서 “현재 시장에 이미 가짜 디지털 위안화(법정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이 출현했다”며 “지폐 시대와 마찬가지로 인민은행은 여전히 (화폐) 위조 방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연초부터 중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부르는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의 유통 시험을 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은 자기가 이용하는 은행이 만든 전자지갑을 내려받아 디지털 위안화를 보관하다가 사용하게 된다.

만일 누군가 디지털 위안화 시스템의 보안상 허점을 악용해 다른 이들의 정상 전자지갑과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짜 전자지갑을 만들면 디지털 위조 화폐가 유통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 위안화 도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인민은행의 핵심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후 위폐 유통 가능성을 우려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무 소장은 “인민은행이 정보를 총괄적으로 관리해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을 관리하고, 디지털 위안화의 인식 시스템을 통일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위조 방지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 소장은 또 인민에게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강제할 계획은 없다면서 앞으로 디지털 위안화와 현재의 지폐가 장기간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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