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싱크탱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칩의 국내 생산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베이징은 2025년까지 이 수치가 70%가 되기를 원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10월 중 이 부문에 대한 추가 지지를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진 : SMIC홈페이지 캡처)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최대 칩 제조업체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 中芯国际集成电路制造有限公司)의 칩을 사용하는 미국 공급업자들에게 그 제품이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는 전례가 없는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28(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서한은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MIC에 통제된 물품을 선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면허를 신청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SMIC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주장에 SMIC는 어떠한 군사적 연계도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SMIC는 보도와는 달리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제한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통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홍콩에서는 SMIC의 주가가 무려 7%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9월 초 미국 국방부는 이 사업을 정부의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 : 중국의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하는 것을 포함한 더욱 강력한 규제를 제안했다고 발표했을 때, SMIC의 주가의 하락세는 더욱 심해졌다.

미국 측의 이 같은 SMIC 쥐어짜기는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SMIC에 특별한 허가를 받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어떤 기업들도 색출, 처벌이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조치는 이미 SMIC의 최대 고객사인 중국의 거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Huawei)에 대해 취해진 것으로 통신 키트 메이커 비즈니스에 엄청난 큰 지장을 초래했다.

앞서 중국 관영 매체들은 SMIC가 화웨이에 계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미국의 허가를 요청한 많은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이 SMIC 자체에 점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업계의 분석가의 말을 BBC가 전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가트너의 짐 툴리(Jim Tully) 부사장은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의 거부로 SMIC가 심각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장기적으로 이들 기술을 자급자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10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내다보고, “단기적으로 SMIC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장비와 관련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생산자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SMIC의 생존 문제가 걸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SMIC는 지난 2000년에 설립됐으며 이후 중국 본토에서 가장 주목받는 칩 제조 공장으로 떠올랐다. 최근까지 중국의 기술 분야 자급자족 추진에 따른 수혜가 예상돼 미-중 긴장 고조 수혜주로 평가됐다.

SMIC는 주식 매각과 그 밖의 사업 확장 수단을 통해 올해 거의 100억 달러(116,930억 원)를 모금하기도 했다. SMIC의 고객사에는 화웨이 외에도 퀄컴(Qualcomm), 브로드컴(Broadcom) 등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기가디바이스(Gigadevice)와 유니에스오씨(Unisoc) 등 덜 알려진 중국 칩 디자이너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와 한국 삼성 등 경쟁업체들의 제품 품질과 기술에 비해 가장 앞선 제품은 현재 트랜지스터를 최대한 작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두 세대 정도 뒤쳐져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자사 제품이 최신 스마트폰이나 다른 첨단 기기에서 최첨단 프로세서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미국이 SMIC에 부과한 기존의 제한 때문이다.

현재 가장 진보된 로직 (logic chips)을 만드는 방법은 네덜란드 회사인 ASML이 만든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SML은 고급 논리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선진 장비를 만드는 유일한 업체이다.

SMIC2018ASML로부터 거대한 거울에 초점을 맞춘 레이저를 사용하여 실리콘에 미세한 패턴을 인쇄하는 15천만 달러 규모의 리토그래피 기계(lithography machine : 석판인쇄기계)를 주문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이 네덜란드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막도록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ASML 대변인은 BBC의 질문에 아직 협상이 미정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SMIC는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PLA)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명확히 부인하고 있다. “이 회사가 중국 군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어떠한 가정도 허위 진술이자 거짓 혐의라고 말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그렇다면 SMIC의 주장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전혀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 문제시 되었다.

한 중국 국영 신문은 이번 사건이 반도체 산업의 모든 연구와 생산 체인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장기 행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징이 10월에 이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중국 기술기업 때리기가 지속되자 중국은 기술독립, 기술자립을 외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와 중국기업들이 이른바 난니완(南泥灣)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난니완이란 중국 공산당이 중일전쟁 당시 산시성 시안시 난니완에서 황무지를 개척, 먹을거리와 입을 옷을 자체적으로 생산 공급한 것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견뎌내는 것을 뜻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싱크탱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중국에서 사용되는 컴퓨터 칩의 국내 생산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베이징은 2025년까지 이 수치가 70%가 되기를 원한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10월 중 이 부문에 대한 추가 지지를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CSIS는 수출 통제가 중국의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미국도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1980년대까지 과학, 연구, 기술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블로그에 올린 연구원 제임스 앤드류 루이스는 말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연방정부의 투자가 다시 필요하다먀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첨단 기술 분야 투자를 권장하고 나서고 있다.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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