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임신중절 등 사회적인 문제
둘째, 흔들리는 오마바 케어
셋째, 키 맨이 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넷째, 관료기구와의 치열한 전쟁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하게 될 경우 이 ‘우경화’가 어떤 형태로 느껴질지 ......(그래픽 : 시사경제신문)

미국 연방대법원의 진보성향의 판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 1933년생)의 사망은 미국 미래의 사법과 생활에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연방대법원에서 6 3의 보수파 우위를 확립할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긴즈버그를 포함해 지금까지 5 4 보수파 대법관이었으나 압도적인 63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공화당으로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대파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차기 대통령 당선자로 하여금 대법관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무엇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면 하고 마는 트럼프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하게 될 경우 이 우경화가 어떤 형태로 느껴질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크게 아래와 같이 4가지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임신중절 등 사회적인 문제

둘째, 흔들리는 오마바 케어

셋째, 키 맨이 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

넷째, 관료기구와의 치열한 전쟁

1. 임신 중절 등 사회적 문제

미국 연방 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판결에서 인공 임신 중절 권리를 인정한 이후 보수파들은 이 판례를 뒤집으려고 부단히 시도해왔지만, 늘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강경 보수파를 지명하면, 연방대법원이 낙태 권리를 대폭 제한할 가능성이 전례 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방 대법원의 보수파는 그 밖의 다른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이 심도 있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총기 소지에 관한 권리의 확대와 종교에 대한 개인의 권리강화, 선거권의 제한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이 기후변화 등 문제에 관한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충분한 의석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연방의회를 통과한 진보적 법률을 무효로 판단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이어 사형 폐지 등 진보적인 이념을 대법원이 지지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다만 최근 LGBT(성소수자) 근로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이 6 3으로 나온 데서 보듯 상황에 따라 예외가 나올 수도 있다.

2. 흔들리며 위험해지는 오바마케어

단기적으로 긴즈버그의 부재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지는 부분은 지난 2010년 가결된 의료보험제도의 개혁법인 이른바 오바마케어(Obamacare)'에 대해 보수파가 일으킨 최근의 소송에 관해, 1110일로 예정되어 있는 구두변론일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민주당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코로나19 발생이후 서민들의 의료혜택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부족하지만 이를 향해 한 발 나아간 오바나케어가 사라질 위기를 배제할 수 없는 처지이다.

연방대법원은 201254로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다수파 5인 중 한 명이어서 그의 후임에 따라 우열이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113일 선거, 재선에 성공할 경우)이 지명하는 후임 대법관이 그 시점까지 인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53의 보수파 우위의 상황에서 구두변론을 맞이하게 된다.

공식적으로 105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사법연도에 연방대법원이 취급하는 다른 소송에 대해서도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연방대법원은 114일 일부 연방법에서 종교적 권리에 예외조항이 설치되는 범위를 둘러싼 중요한 법정투쟁에 대해 심리를 벌인다.

이 소송은 필라델피아 주가 같은 주의 수양부모 제도에 대한 가톨릭계 사회복지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것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이다. 배제의 이유는 동성 커플이 양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 가톨릭 단체가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으로는 2016년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에 관한 로버트 뮐러 전 특별검사의 보고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공표하지 않은 부분의 공개를 민주당 우위의 연방하원이 요구한 건으로, 오는 122일 연방대법원이 심리한다.

3. 키맨이 되는 존 대법원장

2018년 보수파 앤서니 케네디 판사가 은퇴한 뒤 2년 동안 연방대법원의 동향을 좌우하는 입장이 된 사람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었다. 하지만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게 되면, 그의 영향력 있는 입지도 줄어들 수 있다.

9명의 판사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에서 이념적 중간의 위치를 차지하는 로버츠 대법원장은 자신보다 좌편향의 진보파 4, 우편향의 보수파 4명 중 어느 쪽에 붙느냐에 따라 다수파 의견을 결정할 권리를 쥐고 있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제도로서의 연방 최고재원을 지켜, 사법권의 독립을 옹호하는 인물로서 알려져 있어 중요한 사건에 대해 긴즈버그씨외 3명의 진보파에 찬동 하고 있다.

6월에는 낙태를 엄격히 제약하는 루이지애나 주법을 무효화하는 편에 서서 어린 시절 미국에 입국한 수십만 명의 불법 이민자, 이른바 드리머스(dreamers) 보호를 폐지하려는 트럼프 당선인의 움직임을 막아섰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상황에 따라서는 중요한 사건에서 타협점을 찾아 그보다 더 보수적인 판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방 최고재판소는 금년 7월 뉴욕 주 검찰에 의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무 기록의 제출 청구를 인정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민주당 우위의 하원 위원회가 즉시 같은 자료를 입수하는 것을 저지했다 .로버츠 장관은 두 판결 모두 지지했다.

하지만, 긴즈버그씨가 사망한 지금 로버츠 대법원장이 봉인 혼자서 균형 잡힌 세력을 좌우할 수는 없게 되었다.

4. 관료기구와의 치열한 전쟁

보수파와 기업인은 오랜 기간 연방정부 기관들의 권한 억제를 요구해 왔지만, 연방대법원도 자발적으로 이 움직임에 협력하게 됐다.

이른바 행정국가와의 전쟁은 보수성향 대법관이 6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연방법의 적용범위 해석에 있어, 법원이 연방정부 관료를 따라야 한다는 1984년의 획기적 판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 판례가 뒤집히게 되면, 향후 민주당 정권이 환경보호나 소비자보호와 같은 분야의 규제를 정하려고 해도, 보수파에 지배된 연방대법원이 그 규제를 제약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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