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5년까지 온라인 배달체계 등 갖춘 디지털 전통시장 500곳 만든다
전문가 “온라인 배달 이미 포화상태···전통시장 특색 살린 온·오프라인 융합형태로 가야”

코로나19 이후로 침체된 전통시장에 온라인 장보기 배달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시장에도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시장은 물론 정부도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상인들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를 환영하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 24일 경기도 부천시 중동시장에서 추석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시민들의 모습으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김혜윤 기자)

양손 무겁게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다니는 묘미가 있는 전통시장에도 온라인 배달 서비스 열풍이 불고 있다. 전통시장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 속에서 비대면 시장 장보기 서비스로 새로운 매출 판로를 찾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시장은 물론 정부도 전통시장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상인들도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주문·배송 서비스 도입을 환영하고 있는 추세다.

쿠팡·배달의 민족 등 거대 이커머스 시장도 뛰어든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놀러와요 시장(놀장), 배달의 민족 등 다양한 배달 어플리케이션들도 전통시장 배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부천시 사랑중동시장 내 한 매장에 붙어있는 배달 앱 스티커. (사진=김혜윤 기자)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이커머스 시장인 쿠팡이츠, 놀러와요 시장(놀장), 배달의 민족 등 다양한 배달 어플리케이션들도 전통시장 배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쿠팡이츠는 서울시와 함께 협업해 현재 서울 지역 27곳 전통시장 내 음식점과 가게에서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침체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전통시장 배달 특화 앱인 놀장과도 손을 맞잡았다. 소상공인의 배달 중개 수수료 부담을 낮추되 소비자에게는 전통시장 먹거리로 신선식품 등을 저렴하게 배달한다는 구상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지난 9일 기준 전통시장 배달 플랫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 쿠팡이츠, 놀장 등 총 3개 플랫폼에 37개 시장이 입점해 있다. 지난 8월 한 달간 주문 건수는 약 9000건이며 매출은 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전통시장 배달에 정부도 앞장선다···‘2025년까지 전통시장 500곳’ 온라인 배달체계 육성

중소벤처기업부이 발표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방안. (그래프=김혜윤 기자)

정부도 전통시장, 상점 등 소상공인들의 일터에 디지털화를 빠르게 육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방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동시에 비대면과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제1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온라인 배달체계 등을 갖춘 디지털 전통시장 500곳, 로봇 등을 도입한 스마트 상점 10만개, 스마트공방 1만개를 보급하고, 2022년까지 이들이 집적된 디지털상권 르네상스 시범사업도 3곳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동네슈퍼의 무인시스템 적용도 별도로 지원해 그 대상을 올해 5개에서 내년 800개로 대폭 확대하고 대면 판매 중심으로 운영돼온 전통시장에 온라인 배달, 무선결제, VR 지도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디지털 전통시장을 2025년까지 500곳 조성할 계획이다.

전통시장 디지털 및 온라인 진출을 위해 상품개발, 플랫폼 입점 협의,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전통시장 디지털 매니저 지원 대상을 올해 40곳 안팎에서 내년 100곳 정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시장의 근거리 배달·전국 배송체계를 구축해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중장년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025년까지 5만명에게 현장실습 교육을 하고, 디지털 활용도가 낮은 과밀업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활용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이외에도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하는 다양한 체계를 발표했다.

전통시장 상인들, 온라인 장보기 배송 서비스 덕에 매출↑

화곡본동시장에는 골목 한편에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 배송함이 설치돼 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앱으로 필요한 물품이나 식재료, 음식 등을 주문하면 상인이 이곳 배송함에 물건을 넣어놓는다. 그리고 배송 기사가 이곳에서 상품들을 수거해 고객들에게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사진=김혜윤 기자)

현재 전통시장 배달 앱이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화곡본동시장과 경기도 부천시 중동사랑시장에 다녀왔다. 

먼저 화곡본동시장에는 골목 한편에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 배송함이 설치돼 있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앱으로 필요한 물품이나 식재료, 음식 등을 주문하면 상인이 이곳 배송함에 물건을 넣어놓는다. 그리고 배송 기사가 이곳에서 상품들을 수거해 고객들에게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시장에서 18년 동안 두부 가게를 운영해온 김모 씨(50대·여)는 “손님들이 족발이나 통닭집 등 이런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는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다”라며 “하지만 우리 가게는 하루에 3건 정도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아직까진 매출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가끔씩 배달 주문이 들어올 때 심심풀이로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는 바로 옆 가게 통닭집 상인에게 가서 전통시장 배달 앱에 대해 물었다. 이곳에서 1년 동안 장사를 했다는 권모 씨(30대·남)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 손님이 예전보단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배달앱으로 하루에 10건 이상 주문이 들어와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전통시장 배달앱이 더욱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대형 이커머스 배달 앱 같은 경우엔 광고를 많이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돈을 들여서까지 광고를 하며 배달 앱을 사용하기엔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온라인 배달 주문·배송 서비스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대면 소비가 어려워진 요즘 비대면 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온라인 주문이 들어온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김혜윤 기자)

다음 날 찾은 부천중동사랑시장에는 길을 지나가는 곳곳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홍보하는 온라인 장보기 배송 서비스 전단지가 테이블에 놓여있었다.

부천중동사랑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이모 씨(50대·여)씨는 “손님들이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많이 찾아 주신다. 덕분에 매출도 늘고, 여기 시장 상인들도 다들 배달앱을 깔아서 장사를 하고 있다. 시장 곳곳마다 전단지로 홍보도 해주고 있고,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단 전통시장을 온라인화하기 이전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기 편리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라며 “시설들을 개선하고 주차공간을 더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전통시장 배달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온라인에 중점을 맞추는 것보다 온·오프라인 융합형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온라인 시장 배달은 포화상태다. 경쟁력과 차별화를 두기엔 다른 온라인이 이미 많이 구축돼 있고, 기존 온라인 배달과는 다르게 가야 한다”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기 위해선 그 시장만의 문화 등과 함께 연계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인 라이브 커머스를 잘 활용하면 소비자들도 시장을 돌아다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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