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수출둔화 등 재활용품목 가격하락 지속···처리 업체, 수익↓·비용↑ ‘난감’
생활 속 쓰레기, 피할 수 없는 문제···소비자, 친환경 생활용품 판매 ‘제로웨이스트 샵’ 관심 증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포장재와 일회용품 쓰레기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하는 업체들은 국제 유가 하락, 수출 둔화 등으로 인해 쓰레기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쓰레기 처리업장. (사진=김혜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택배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포장재 사용이 증가했고, 코로나19 감염 예방으로 인한 한시적인 일회용품 사용 허가로 식당과 카페 등에서도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일회용품 사용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이를 처리하는 재활용품 처리 업체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배달 포장재와 일회용품 쓰레기가 급격히 증가했지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은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폐플라스틱’ 사용량 급격히 증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배달음식과 간편 조리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 증가로 온라인·모바일 쇼핑 거래액 증가율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온라인쇼핑 동향’발표에 따르면 외식소비 감소와 배달음식, 간편 조리식 거래 증가 영향으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1조2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5% 급증한 숫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 분야는 꾸준한 고성장세를 보이며 거래액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음식, 간편 조리식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5%가 증가했다. 사진은 비대면 서비스로 주문한 배달 음식. (사진=김혜윤 기자)

이렇게 온라인과 모바일 쇼핑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활용 관련 업계들은 코로나19 영향과 유가 하락 등으로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10개 재활용품 수거업체를 대상으로 ‘2020년 1월과 6월의 재활용품 가격 및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수거업체가 선별업체에 판매하는 재활용품 판매 가격은 올해 6월 기준 재활용품 판매 가격은 88.9원으로 지난 1월 108.8보다 19.9로 하락했다. 

올해 3월부터 폐플라스틱 재생원료가 킬로그램당 PET(850원→630원), PP(751원→674원), PE(974원→801원)으로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환경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경기 위축과 수출둔화, 유가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된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부는 재활용 품목 가격하락이 지속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원대책 확대를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쓰레기 처리 한계 다달아···‘쓰레기 대란’ 우려

쓰레기 물량이 늘어나는 문제에 대해 업체들은 쓰레기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면 지난 2018년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일어난 ‘2018년 쓰레기 수거 대란’과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29개 재활용 선별장 업체들은 “수집운반업체와 선별장 업체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라며 환경부에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들은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석유에서 뽑아낸 일회용 소재를 더 이상 수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재활용과 새 플라스틱 사이의 가격 차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올 초까지 수집 운반업체가 선별업체에 판매한 재활용품 판매 가격은 ㎏당 100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80원대 후반으로 단가가 폭락했다”면서 “이 때문에 수거해 팔아 얻는 수익보다 오히려 공동주택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커졌다. 지난 2018년과 마찬가지로 수거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2018년 중국 쓰레기 수거 대란’ 사태는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며 관계부처들이 미리 대처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던 사건이다.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세계무역기구(WTO)에 2018년 1월부터 쓰레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정부와 재활용업체는 폐비닐 등 정상 수거하기로 합의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플라스틱 출입 금지’···친환경 생활용품매장 ‘제로 웨이스트 샵’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고 환경 보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곳곳에선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샵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제로웨이스트 샵 매장 내부 모습. (사진=김혜윤 기자)

재활용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우리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항상 야기돼왔다. 소비자들도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요즘에는 국내 곳곳에서 제로웨이스트 샵이 생겨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샵이란 포장재와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가게를 의미한다. 이곳에선 환경에 유해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한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제로웨이스트 샵에서는 친환경 생활을 지향하는 친화경 비누, 수세미, 고체 치약, 샤워타월 등의 다양한 생활용품들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선 플라스틱과 비닐 등 일회용 쓰레기는 찾아볼 수 없다. 불필요한 포장재는 없애고 간단하게 판매되는 상품들을 진열해놨다. 친환경 상품이니 만큼 사용법도 일반 생활용품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어 생소한 몇몇 제품들에는 설명서도 함께 진열돼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송모 씨는 제로웨이스트 샵 운영 계기에 대해 “어릴 적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플라스틱 등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느껴 제로웨이스트 샵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제로웨이스트 샵이라는 곳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나가다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굉장히 반갑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이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생활용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비싸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친환경 제품인 만큼 우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상품들이고 자연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가치 소비를 뛰어넘는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씨는 “제로웨이스트 샵이 점점 더 생겨나는 추세다. 앞으로도 제로웨이스트 샵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면서 “제로웨이스트 샵들끼리 경쟁구도로 가기보다 동네 골목길을 항상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처럼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친환경 수세미 직접 사용해보니···깨끗한 환경을 위한 자그마한 노력 ‘뿌듯함’ 느껴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구매한 설거지 수세미는 뻣뻣하고 거친 촉감이었다. 부드럽게 길들여지기까지 조금의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그마한 노력을 실천했다는 부분에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김혜윤 기자)

제로웨이스트 숍에 다녀온 김에 직접 설거지 수세미를 구매해봤다. 직접 구매해 본 수세미의 첫 촉감은 뻣뻣하고 거칠거칠했다. 설거지 수세미는 수세미 열매의 섬유질을 어떠한 화학처리 없이 만든 상품이라고 한다. 사용하기 전 사용 설명서를 정독해봤다.

설명서에는 수세미를 처음 사용하기 전 뜨거운 물에 한 번 삶아달라고 적혀있었다. 그래야 본연의 노란색 색소와 섬유질의 부스러기 등이 사라져 더 사용하기 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천연수세미는 길들이기까지 조금의 불편함과 기다림, 노력이 필요하다고 쓰여있었다.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수세미는 다른 일반 수세미와 달리 쓰임이 다한 뒤에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흙 속에서 자연분해 시켜 환경을 해롭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주말 오후 밀린 설거지를 하기 위해 사용 설명서에 적힌 대로 따뜻한 물에 수세미를 1분 정도 삶았다. 그리고 설거지를 시작했는데, 확실히 일반 수세미와 달라 첫 사용감은 아직 뻣뻣하고 거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설거지를 더 거치면 점점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그마한 노력을 실천했다는 뿌듯함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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