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일 ‘백신 국수주의’ 트렌드가 가속화 되면 ?

한마디로 “백신 배포의 편중이 가져오는 것은 팬데믹이 향후 1년 계속 되는지 2년 계속 되는지 하는 차이”이다. 이는 경제면에서나 공중위생에서나 그 차이는 대단히 크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픽 : 시사경제신문)

2019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으로부터 시작되어 짧은 기간에 전 세계로 퍼져 가면서 89일 현재 감염 확진자사 2000만 명에 육박해가는 19,786,623, 사망자는 72만 명을 뛰어 넘은 728,581(통계 실시간 사이트 월드오미터/89일 오전 9시 현재 기준)으로 세계적 대유행 속에 있다.

대유행을 잠재우고 코로나19를 끝내야 한다는 하나같은 세계인들의 염원이 있지만,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는 특히 부자나라들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과연 전 세계 대유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류애, 인도주의는 어디로 사라져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자나라들의 리그만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신을 대량 구매해 전 세계에 공평하게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지원단체들은 이 상황에 우려를 깊이하고 있다. 일부 부자 나라들이 자국 국민을 위해 유망한 백신 후보를 수백만 혹은 수억 회 분량을 확보하려고 뒤질세라 제약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보는 국제지원단체들의 눈은 매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제지원단체들 뿐만 아니라 상식을 가진 세계인들을 부자나라들의 그 같은 비인도주의적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이 제약기업 화이자, 비온텍,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과 맺은 것을 포함해 이 같은 매점매석과 같은 계약 체결은 글로벌 백신 배포계획을 망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 중 하나는 ㅇㅇㅇ, xxx국가들은 백신 사전 계약을 통해 자국민을 위하는데 한국은 제로(0)라면서 한국 정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제목을 크게 뽑아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 정부도 자국민을 위한 백신 개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신문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활동 내역, 계획 등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정부 때리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일부 언론들은 보여주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백신까지도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보도행태이다.

전 세계에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백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인 코백스(COVAX)를 추진하는 가비 얼라이언스(GAVI Alliance)의 세스 버클리(Seth Berkley) 대표는 누구나 제약기업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는 것은 최선의 상황을 가져 오는 길이 아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최근 유럽연합(EU)와 여러 EU 회원국과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백신 공급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장 최근의 움직임은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사노피가 개발 중인 백신을 우선 공급 받는 합의를 맺었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의료 비영리단체(NGO)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이 같은 제약기업들과 특정 부자나라들의 백신 독점 움직임은 글로벌 경쟁을 더욱 가열시켜 백신 국수주의라는 매우 위험한 트렌드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우려가 되는 것은 세계적 대유행(Pandemic, 팬데믹)에서도 지난 2009~2010년의 신종 인플루엔자(H1N1 바이러스)유행 때와 같이 백신 공급 배분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이다. 당시 부자 나라들이 입수 가능한 백신을 거의 모조리 매점했기 때문에, 매점 초기엔 가난한 나라들에겐 백신이 전혀 들어가지 못하는 매우 비인도적 상황이 펼쳐졌었다.

당시에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H1N1 바이러스에 의한 증상이 지금처럼 대유행이 심각하지 않아, 당시 팬데믹이 쉽게 종식되었기 때문에 백신 배분의 불공평함이 감염자나 사만자수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는 등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협은 H1N1바이러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세계 인구 상당 부분이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는 당사자는 물론 팬데믹이 오래 끌어지면서 야기되는 손해를 엄청나게 확대하게 된다는 게 의료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이다.

자국민은 자기 나라가 책임지라.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키라라는 태도가 문제이다. 코로나19는 국지적으로 퍼지는 질병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 대유행이며, 한 국가나 몇몇 국가들만이 해결에 나선다고 해결되는 질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일부 국가들의 자국우선주의(My own country First) 사고방식은 대유행 시대와는 동떨어진 사고이다.

COVAX에 의한 자금 조달 계획에는 세계 보건기구(WHO)감염증 유행 대책 이노베이션 연합(CEPI)’도 공동 추진자로 되어 있어, 기부를 통해서 지원을 받는 빈곤국 90개국뿐만이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부유국 75개국 이상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GAVI에 따르면, COVAXCEPI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극명한 자국 우선주의 탐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U 관계자는 또 지난주 제약기업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EU 위원회가 회원국들에 COVAX를 통해 백신을 구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싱크탱크인 외교문제협의회의 토머스 볼리키 글로벌 의료프로그램 담당 디렉터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일부 국가의 행동은 다자간 백신 공급 약속과 일치되지 않는다.

결국 백신 제조의 자원은 유한하다. 확대할 수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서 여러 유력 백신 후보의 유효성이 실증되면 효과적인 백신을 내년 말까지 약 20억 회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타당한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종식은 2년 늦을 수도 있다.  

하지만 GAVI의 버클리 대표는 백신을 세계 각국에서 서로 분담을 해 가장 위험한 사람들을 최초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나라와 지역이 자국과 지역의 주민들에게 투여하기 위해서 독점해 버리면, 팬데믹은 제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전체, EU 전체에서 백신을 1인당 2번 투여하려면 약 17억 회분이 필요하다.입수 가능한 백신이 추산된 양이라면 다른 나라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소수의 국가, 아니 30~40개국이 백신을 받아도 150개국 이상이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런 나라에서 전염병은 기승을 부린다고 버클리 대표는 덧붙였다.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번개처럼 이동한다. 결국은 노멀(Normal)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팬데믹을 전체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는 한 상거래, 관광, 여행, 무역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백신 배포의 편중이 가져오는 것은 팬데믹이 향후 1년 계속 되는지 2년 계속 되는지 하는 차이이다. 이는 경제면에서나 공중위생에서나 그 차이는 대단히 크다는 것을 뜻한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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