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적 출범일 늦을까 공수처장 후보추천에 '속도'...통합당 협조 안 하면 법개정 강행도 고려
통합당, "공수처 날치기 통과 뿐 아니라 위헌 소지 있다...출범 준비 가운데 위헌 결정 나오면 혼란"

공수처 법적 출범일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여야 대치로 인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부터 지연되는 등 출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사진은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지난 달 25일 개최한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 (사진=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적 출범일이 엿새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러나 여야 대치로 인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부터 지연되면서 출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공수처 출범에 중립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여당이 출범시기를 맞추기 위해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원 각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가 대통령에게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추천위원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몫으로 배정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할 경우 후보를 추천할 수 없게 된다.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이 ‘비토권(거부권)’을 가진 것이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에 명시된 7월15일 공수처 출범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공수처장 추천위 구성에 페달을 서둘러 밟고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을 지명하기 위한 당내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이 참여해 이번주까지 여당 몫 추천위원 2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 오랜 염원인 공수처가 법대로 7월에 출범하려면 공수처장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주어야 할 일이 많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후보추천과 인사청문회를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며 “국회가 스스로 법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 기본적 의무도 다해주시기 바란다. 입법부 스스로 법을 무너뜨리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촉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해 말 공수처법 통과가 날치기 통과라며 공수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12월30일 공수처법이 통과된 본회의 (사진=시사경제신문 자료사진)

반면 지난해 말 공수처법 국회 통과 과정을 '날치기'라며 공수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아예 추천위원 추천부터 ‘비토권’을 행사하려는 모양새다.

지난 2월과 5월 강석진 통합당 전 의원과 유상범 의원이 각각 공수처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어 통합당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5일 “공수처 출범절차를 진행하다가 위헌 결정이 나면 엄청난 혼란이 빚어진다”며 “공수처를 제대로 발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거나 졸속 처리하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도 이러한 통합당의 ‘시간 끌기’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태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이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선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지난 6월1일 발의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규칙안’에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으며, 기한을 넘겨서도 추천이 없으면 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통합당이 처장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안 할 경우 민주당이 야당 몫 2명까지 추천할 수 있게 규칙안에 규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규칙안으로 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최선을 다해서 야당을 설득해서 공수처를 출범시키도록 해야 하는데 정말 안 된다면 그때는 달리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달 2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당은 법률이 정한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만약에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한다면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민주당이 법 개정을 강행하면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진데다 사실상 법제사법위원장도 가져간 만큼 개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통합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 채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는 것은 공수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중립성을 깨뜨린 채 출발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강행 조짐에 애초부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지 못할 경우, 정권 홍위병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을 설계한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일 “공수처는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에 대한 전문수사기관”이라며 “공수처 출범에 중립성이 필수적이며 철저한 정치적 중립 하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일 “공수처법을 바꿔 야당의 공직 후보자 추천권을 강탈하고 정권에 부역하는 인사를 임명한다면, 의회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역사에 남을 범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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