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원점 재검토 후 내년 1월부터 시행···“가격할인 규제 아닌 폐기물 발생 줄이기 위한 것”
시민·환경단체 “쓰레기 줄이기 환영”···‘재포장 금지법’ 지지 의견

환경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제품의 포장·재질 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법) 시행시기를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6개월 유예기간을 가진 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사진은 마트에서 박스에 재포장돼 판매되고 세재. (사진=김혜윤 기자)

환경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제품의 포장·재질 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법) 시행시기를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제조사와 유통사, 소비자, 시민사회, 전문가 등의 의견을 더 수렴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제도 시행시기를 열흘 앞두고 환경부가 갑작스럽게 이행 시기를 유예한 것은 ’재포장 금지‘가 묶음 할인 판매를 규제한다는 취지로 알려져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세부지침을 더 보완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들은 할인 판매를 규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제도 이행은 불가능하지 않다며, 시민들과 환경단체도 쓰레기 분리배출이 줄어들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환경부가 배포한 ‘재포장 금지법’ 가이드라인에서 시작된 오해

환경부는 지난해 1월 ‘재포장 금지법’ 시행규칙에 대해 입법 예고했다. 이후 관련 업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협의해 올해 1월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난달 시행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배포한 재포장 금지법 가이드라인에서 업계들의 묶음 할인 판매를 규제하려 한다는 오해가 발생했다.

18일 환경부가 발표한 재포장 가이드라인 중 제시한 예시에서 오해가 발생했다.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 “‘1+1이나 가격할인’ 등 2000원 판매제품을 2개를 묶어 2000원 또는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는 재포장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하나에 2000원 판매제품을 2개를 ‘묶어’ 4000원, 3개를 묶어 6000원에 판매”라고 설명한 것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가격할인을 위해 포장한 것은 규제 대상이고 가격할인 등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는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해 규제가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이다.

지난 18일 환경부가 발표한 '재포장 금지법' 가이드라인. (자료=환경부)

이에 대한 설명으로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은 관계 업계에서 5월 행정 예고된 ‘포장제품의 재포장 예외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적용대상과 예외대상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였다”라며 “정부는 가격할인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포장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과대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것이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생활폐기물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되는 포장재 감축이 필수적인 과제이다”라며 “국민들과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유통과정에서 과대 포장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세부지침을 면밀히 보완해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포장 금지법’ 효과···사뭇 달라진 마트 풍경, 1+1 우유 ‘비닐’ 재포장 대신 ‘띠지’ 사용 

환경부는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에 대해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을 활용해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사진은 묶음 할인 판매를 위해 띠지로 둘려진 우유 상품. (사진=김혜윤 기자)

당초 계획됐었던 재포장 금지법 시행시기 열흘 전 마트 풍경은 평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 보였다. 판촉을 위해 단위제품 등을 2개 이상 묶어 비닐이나 박스 등으로 재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도 보였지만 ‘재포장 금지’ 제도를 의식한 듯한 풍겨도 보였다. 

유제품 코너에 가보니 비닐 등으로 전체를 감싸 판매했던 우유 등 묶음 할인 상품에는 얇은 띠지 하나만 둘러져 있었다. 이외에도 마트 점원들은 유제품 증정 상품들을 테이프로 돌돌 말아 진열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일부 세재 등 1+1 상품은 띠지나 비닐로 묶여있지 않고 별도의 포장없이 따로 진열돼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환경부가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은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을 활용해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 이행에 권고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업계 ‘재포장 금지법’ 이행 불가능하지 않아···소비자·환경단체 “쓰레기 줄이기” 환영

유제품 관련 업계 관계자는 재포장 금지법에 대한 의견으로 “업계 특성상 묶음 할인을 많이 시행하고 있지만 정부가 (재포장 금지법)을 이행한다고 해도 물질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시행하는 대로 따라 적용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업계 시각으로 봤을 때 업계별로 이득을 취하거나, 피해를 보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침이 이행됐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업계들과 입장을 충분히 논의해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주류 업계는 묶음 할인과 관련해 영향을 받는 게 없다”며 연관되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환경부가 이행하는 '재포장 금지법'은 시행 불가능한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환경단체들도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찬성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묶음 할인 우유 상품. (사진=김혜윤 기자)

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1+1, 2+1 등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건 좋지만 포장재 때문에 분리수거가 많이 나오는 것은 불편하다”며 “환경을 위해서도 불필요한 포장재가 줄여지는 것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환경단체들도 재포장 금지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냈다. 

녹색연합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포장 금지’는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내용이다”며 “테이프나 비닐로 묶지 않아도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생활폐기물 중 포장 폐기물은 35%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아 제조·유통 과정에서의 플라스틱 포장재의 남용은 매우 심각하다”며 “제조·유통업계는 규제 이전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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