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의 회고록, ‘트럼프, 단일 대통령으로만 기억되길’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지난 주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장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볼턴 보좌관이 회고록에 민감한 국가안보 정보를 포함시켰다고 주장해 출간을 막겠다고 막판 밀어붙였음에도 불구하고 23일 시중에 나오게 됐다. (그래픽=시사경제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그를 축출하기 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직접 발탁한 존 볼턴 보좌관은 이번 주말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23일 보도했다.

볼턴(John Bolton, 71)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의 신분에서 가장 두드러진 비평가로 자리를 옮겼다. 볼턴은 이번 주 트럼프 백악관에서 18개월 간의 일을 다룬 통렬한 새 책자를 23일 출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단임 대통령으로만 기억되길 바란다”면서 “그의 관점에서 볼 때 2020년 선거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좌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볼턴은 “우리는 한 번의 임기를 넘길 수 있다. 비록 그것이 11월에 보수적인 공화당이 선출되는 기적이 아닐지라도 나는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과 외교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될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공개를 막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책은 이번 주 출시를 앞두고 이미 아마존의 최고 판매자가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자신의 저서에서 볼턴 보좌관이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제 지도자들에게 정치적 특혜를 압박한 트럼프를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대통령이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자신을 조종해 투명한 아첨에 넘어가기 쉽고, 거짓 진술, 반말 폭발, 보좌관들이 관리하거나 되돌리려 하는 성급한 결정(snap decisions) 등을 일삼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볼턴을 “엄청나게 무능한 거짓말쟁이”라고 조롱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지난 주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장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볼턴 보좌관이 회고록에 민감한 국가안보 정보를 포함시켰다고 주장해 출간을 막겠다고 막판 밀어붙였음에도 불구하고 23일 시중에 나오게 됐다.

그러나 백악관은 볼턴과 함께 몇 달 동안 위험한 국가안보 정보가 출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정 지문을 편집하고 삭제하는 작업을 해왔다고 볼턴과 미 법무부는 말했다.

미 법무부(DOJ)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지난주 볼턴을 상대로 27쪽 분량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DOJ 소송과 볼턴 측 변호인에 따르면, 2019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후임으로 임명한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O’Brien)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가 (당초) 4월 말 출간될 볼턴의 책에 대해 'OK'를 줬다는 것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연방판사는 25일(현지시간) 법무부의 제소에 불복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는 볼턴의 책이 예정대로 출간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미 각 언론을 통해 내용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출간 자체를 막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며, 그러내 국가안보상의 비밀유지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형사사건으로 다루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저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화산 분출과 같은 반응(volcanic reaction)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볼턴은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비판에 직면했을 때, 비판의 실체를 다루지 않고, 내가 충분히 예상한 사람을 공격해 나를 놀라게 하지 않는 것이 전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 대통령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구성원들은 볼턴 전 보좌관의 모든 것을 두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한 기자가 “왜 대통령 관점에 따라, 정부 내 최고 직책을 수행하기 위해 '미친 사람(wackos)'을 계속 고용했는지를 묻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볼턴의 회고록 내용에 대해 지지를 하는 편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며, 볼턴 자신만의 주장이 섞인 내용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즉,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일 때 이 책을 출간하기로 한 것과 내용의 신뢰성에 대해 공격하기도 했다.

켈리앤 콘웨이(Kellyanne Conway)는 지난 주 기자들에게 “사람들이 아직 재직하고 있는 동안 책이 출판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케일리 매케내니(Kayleigh McEnany) 백악관 대변인은 볼턴의 저자는 “용서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inexcusable and unacceptable)”고 말했다.

매케내니 대변인은 지난 17일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이 책은 기밀 정보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면서, 법무부는 볼턴이 민감한 보안 정보의 장부를 정리하기 위해 완전한 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볼튼과 그의 변호사인 찰스 쿠퍼(Charles Cooper)는 이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쿠퍼는 이달 초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백악관의 노력은 “볼턴의 헌법적 발언권을 위반했다며 볼턴을 검열하기 위한 명분으로 국가 안보를 이용하려는 투명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연방 판사가 제기한 DOJ 소송은 아직 계류 중이지만, 처음에는 기각된 바 있다. 이 소송의 목적은 볼턴이 기밀 정보를 담은 책을 출판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이먼 & 슈스터(Simon & Schuster) 출판사의 대변인인 아담 로스버그(Adam Rothberg)는 성명에서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책의 출판을 중단시키기 위한 행정부의 오랜 노력 중 가장 최근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시절 이야기를 미국 국민에게 들려줄 수정헌법 1조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판사의 지난 20일 판결 후, 로스버그는 “우리는 법원이 검열과 출판의 사전 제한에 대한 강력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정당화시킨 것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볼턴의 책 원고는 쿠퍼와 법무부의 소송에 따라 지난해 12월 30일 국가안보회의에 처음 제출됐다. 쿠퍼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op-edd(기명 논평 페이지)에서 “이후 NSC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집중적인 사전 공개 검토가 뒤따랐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인 엘렌 나이트(Ellen Knight)와 함께 4개월간의 사전 공개 검토 과정에서 함께 일했다고 볼턴과 DOJ는 밝혔다. 이어 쿠퍼는 “볼턴과 나이트 는 거의 4개월 동안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원고를 네 차례, 종종 한 줄씩 차례로 훑어보며 보냈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의 소송은 볼턴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 4월 말까지 나이트와 함께 일하면서 기사 작성이 불가능한 기밀이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에 대한 엘렌 나이트의 지침에 따라 본문을 변경했다는 점을 반영했다. 볼턴은 DOJ의 소송은 이런 과정의 “속도에 불만족스러워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지난 17일 워싱턴포스트(WP)의 트윗을 통해 “이 책을 숨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여움을 샀다”고 비난했다.

DOJ 소송은 “엘렌 나이트가 2020년 4월 27일경 검토를 마쳤으며, 원고 초안에 기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확인했고, 나이트가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후 사전 공개 절차가 재개됐다는 것이다.

DOJ 민사소송은 마이클 엘리스(Michael Ellis)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정보담당 선임보좌관이 엔렌 나이트가 이미 집필한 뒤 볼턴의 책을 다시 검토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재직 중이어서 “아직도 기밀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언급했다는 최근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엘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볼턴 보좌관의 후임으로 지목한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요청에 따라 추가 검토를 진행했다고 법무부의 소송에서 밝혔다.

법무부의 대변인은 법무부가 소송에 포함되었던 것 이상으로 더 이상의 언급은 없다고 대중 잡지 피플(People)지에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집무실에 머무르는 것”이라며 “자신의 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협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이 책을 읽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볼턴은 “이 책을 읽는 미국인들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현실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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