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진학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 포기하는 학생들 적지 않아"
제도적 개선 방향으로 정원규제 재검토·진로교육 강화·전공 선택 시기 유연화 등 제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수도권 소재 대학들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상위권에 속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자료=KDI 영상 캡쳐)

OECD 조사에서 한국 대졸자의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가 50%에 달하여 조사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KDI는 기술과 산업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려면 정원규제, 진로교육, 전공 운영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 방향’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KDI 조사에 따르면 졸업 이후에도 미취업자로 머무르는 청년의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해당 연령대 대졸자 전체의 26.8%에 달한다.

또, 2015년 OECD의 조사에서 한국 대졸자의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가 50%에 달하여 조사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중ㆍ고교 교육은 대학입시에 얽매여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역량을 배양할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교육에서 전공 선택의 제약 요인으로 ▲수도권, 특수 전공 등 대학 전공에 관한 정원규제, ▲소득 등 노동시장에 관한 불충분한 정보, ▲전공 선택 시기의 획일성 등을 꼽았다.

2018년 KDI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신입생 비중은 28.2%다. 문ㆍ이과 선택 이유 중 ‘대학 진학에 유리해서’, ‘주위의 일반적 선택을 따랐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체의 20.9%이며, 이들 중 문ㆍ이과 선택을 후회하는 비중은 각각 36.9%, 46.1%에 달한다. 한 연구위원 “수도권 소재 대학들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상위권에 속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제도적 개선 방향으로 ▲정원규제의 재검토, ▲진로교육의 강화, ▲전공 선택 시기의 유연화 등을 제시했다. 한 연구위원은 수도권 정원규제의 경우 신산업 관련 전공 분야의 정원은 총량적 정원규제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할 것을 대안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전공에 대해 수도권 규제가 유지되므로 지역균형발전 부작용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권 정원규제가 전공 선택의 왜곡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대학 서열화를 꼽을 수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중장기적 개혁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전공 선택 시기를 다양화하고 선택 및 변경의 자유를 확대하는 등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위원은 ”고교 필수과목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고, 과목 선택에서의 초기 실수가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불리하지 작용하지 않도록 평가방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자율성의 원칙하에서 각 대학이 내부 논의를 통해 전공별 정원의 제약을 축소시키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도록 유인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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