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경제 운용방식이 존속되는 한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이난 섬 위에는 자유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디커플링 리스크를 피해 하이난을 개발하겠다지만, 중앙통제방식의 사회주의 가치가 스며든 경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사진은 하이난성 성도 하이코우. (사진=위키피디아)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중국이 미국과의 최고조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남부지역의 하이난(해남도)’을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유사한 자유무역항구로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이 열대 하이난 섬은 낮은 소득세율, 무역, 투자, 자본 흐름, 그리고 보다 더 쉬운 투자 환경의 혜택을 받을 것이다.

중국이 이 열대 섬을 본토 문제 해답으로 삼고, 미국과의 디커플링 리스크(risk of decoupling)를 잠재우기 위해 수입관세 철폐 등 하이난 특별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베이징은 1일 선정된 개인과 기업의 소득세율을 15%로 낮추고, 관광객과 사업 여행자의 비자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35천 평방킬로미터의 섬을 '자유무역 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950만 명의 하이난 섬의 인구도 2035년까지 무역, 투자, 자본의 흐름, 사람과 데이터의 이동 등의 측면에서 자유를 누리게 된다. 하이난 섬은 21세기 중반까지 강력한 국제적 영향력(strong international influence)”의 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려 홍콩의 30배에 달하는 하이난 지역을 역내 무역, 쇼핑, 해운센터로 만드는 사업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직접 기획, 정리, 추진한 것이라고 중국 정부 성명은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84월 중국의 하와이로 일컬어지는 유명한 휴양지 이 섬을 국내 최대 자유무역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난 정부는 자유무역관행을 배우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무역을 넘어 여러 전선에서 미-중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경제 간 디커플링 위협이 커지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주 중국이 금융허브 홍콩에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부과하는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홍콩의 특별무역 지위를 박탈 절차 개시에 들어갔다.

미국의 홍콩의 특별지위에 대한 해제 조치는 홍콩의 수출이 본토와 동일한 미국 관세를 적용받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과의 무역에서 낮은 관세 혜택을 받은 홍콩의 항만 지위와 재수출 기업을 위협할 수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본토보다 훨씬 낮은 17%에 가까운 소득세율을 포함해 도시들을 성공적으로 만든 정책들 중 일부를 복제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날 발표된 하이난에 대한 새로운 계획에 따르면, 일부 수입 상품은 제조 장비, 자동차, 선박, 항공기, 원자재, 소비재 등 무관세가 될 것이다.

중국시민들은 현재 3만 위안(515만 원)에서 늘어난 1인당 연간 10만 위안(1,7187,000 )까지 쓸 수 있게 된다. 또 중국은 하이난에서 본토로 운송된 상품에 대해 '2의 세관 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며, 섬에 30%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들은 면세품 진입이 허용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난 섬 내에서도 투자승인이 간소화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업이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규제 준수를 약속하는 한 정부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된다.

외국인은 본토에서 허용되지 않는 국유기업의 법정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며, 국제 크루즈선에 도착한 관광객은 비자 없이 최장 15일간 섬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하이난에 대한 제안된 정책의 범위는 선전(Shenzhen)이나 상하이(Shanghai)의 다른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중국의 기존 조치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질 것이다.

스티브 창(Steve Tsang)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원 SOAS차이나연구소 소장은 시진핑 주석의 하이난 계획이 적대적인 국제 환경과 섬에서의 법치 부족으로 좌절될 수도 있다면서 하이난은 제2의 홍콩이 되지는 못한다. 홍콩이 있는 그대로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공격적인 중국 선전(propaganda)에 대한 국제적인 반발도 하이난이 좋은 출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전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1988년 하이난(海南)을 독립된 지방으로 격상시켜 중국 최대 '경제특구'로 만들었는데, 이 나른하고 졸리는 섬이 작은 어촌에서 호황을 누리는 첨단기술 중심지로 탈바꿈한다는 선전선동의 성공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서였다.

하이난 섬은 타이완(대만)이 본토와 재회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번영이 보장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이난은 개발의 모델이 되기는커녕 1990년대 초 밀수꾼과 부동산 투기꾼들의 안식처로 빠르게 변모해버렸다. 하이난의 부동산 거품 붕괴는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개혁이 시작된 이래 베이징의 가장 큰 경제 악재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도 하이난 섬의 주요 경제 동력은 북쪽의 추위를 피해 찾는 본토인들에게 겨울철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 통계청에 따르면, 하이난의 지난해 국내 총생산은 5300억 위안(91911억 원)으로 전국 총생산의 0.5%에 불과했다. 하이난 섬이 2019년 중국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이난 섬 정부도 전통적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이난 섬의 2019년도 재정수입은 선전시(Shenzhen)의 약 7분의1수준이었고, 주민들은 본토 동포들보다 훨씬 가난하다. 하이난의 1인당 평균소득은 전국 평균보다 10% 낮다.

베에징 당국의 정책 문서의 상당 부분은 예정된 무역 및 투자 증대와 관련된 공중보건 및 환경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이고, 고형폐기물 반입이 금지됐고 하이난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보안점검을 실시해 보다 개방적인 투자환경과 국가안보 리스크를 방지하는 균형을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14,000단어 이 문건의 명백한 누락은 경마에 대한 언급이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에 홍콩과 마카오를 들끓게 하는 레이싱, 도박 산업 설립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하이난 섬의 행정 당국은 사회주의 가치관(socialist values)’을 계속 따를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주의 경제 운용방식이 존속되는 한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하이난 섬 위에는 자유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미국의 디커플링 리스크를 피해 하이난을 개발하겠다지만, 중앙통제방식의 사회주의 가치가 스며든 경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하이난 섬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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