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금수조치가 미국의 이익을 반드시 대변하나 ?
- 화웨이 참가 국제회의 미국 불참, 국제표준규격을 중국에 빼앗길 수도
- 화웨이 숨통을 끊으면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미국산 구입,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라는 구호와는 거리가 먼 ’미국고립주의(America Alone)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국제표준화 전쟁에서 미국이 패퇴하면, 트럼프 정부의 첨단기술 독립주의도 패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래픽 : 시사경제신문)

미국이 갈수록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통신기기 대기업인 화웨이(Huawei) 반도체 공급을 봉쇄하는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웨이 측은 미국산 제품 대신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 업체의 것을 구입하겠다고 하지만, 한국 삼성은 미국의 압박에 화웨이에 공급하기가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삼성전자의 입장을 여기에서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이 같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은 우선 중국의 하이테크 패권의 야망을 꺾어 놓자는 것이 목적이지만, 미국의 관련 산업계는 미-중 대립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미국산 제품의 화웨이향() 수출 금지조치로, 앞으로 중국이 자력 생산 능력을 높이겠다고 나오고 있는 동시에 미국에 진출한 미국의 IT대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를 시사하고 있어, 미국 기업은 중국 대상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내다보이고 있다.

미국 기업은 금수 조치 아래 화웨이가 참가하는 국제회의에 참가하지 않고, 신기술의 추세를 결정하는 국제표준규격을 중국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가 515일 발표한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 강화는 미국 기술을 이용한 제조 장비로 생산되는 반도체는 외국산이라도 화웨이에 공급을 사실상 봉쇄했다. 상무부는 1년 전 미국 기업이 화웨이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결정했지만, 화웨이가 외국산 반도체를 계속 조달하는 뚫린 구멍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그 틈새 구멍을 차단한 것이다.

미 상무부가 표적으로 삼은 뚫린 구멍이란 화웨이 반도체 조달을 의존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회사)인 타이완(대만)TSMC(台湾積体電路製造)였다. TSMC는 미국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 제조 장비를 도입 사용하고 있어, 이번 금수 강화는 TSMC 경유의 공급을 차단하며, 화웨이의 급소를 찌르는 조치이다. TSMC도 최근 중국 화웨이에 공급을 하지 않기로 하겠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금수조치가 강화되면서, 기간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중흥통신(ZTE, 中興通訊)은 경영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스마트폰이나 통신설비에 대량의 반도체를 사용하는 화웨이에도 ZTE와 같은 미국의 조치로 2ZTE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어, 화웨이 측에서는 엄청난 불안감이 맴돌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대량의 전자 부품을 조달해온 만큼 미-중 갈등의 여파로 대중판매가 타격을 받는 미국 산업계는 의회와 정부에 금수완화를 촉구하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15일 성명에서 화웨이에 대한 금수 강화가 반도체 공급망(Supply Chains)에 불확실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도 현재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반도체 업계의 타격을 예상보다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견제의 손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판단인 듯하다.

미국 정부는 당초 제품이 수출금지 대상인 미국 원산품의 비중을 낮추고 대상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 가운데 미국 원산품의 비중이 25%를 넘으면 제 3국에서라도 금수 대상국에 수출할 수 없다는 것에서 이 비율이 10%까지 내리는 변경안이 부상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미국의 금수 강화는 미국산 장비를 이용해 반도체를 제조하면, 미국 생산품으로 간주해 미국 수출 관리 대상이 되도록 했다. , 미 상무부에 따르면, 화웨이가 설계한 자사 전용의 반도체를 강화조치의 대상으로 하고 있어, “화웨이 이외의 곳에서 설계한 반도체라면 화웨이로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금수 강화에 대해, 미 상무부의 허가가 있으면, 화웨이향 수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수출 허가 신청은 무조건 각하되는 것은 아니다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디까지 엄격하게 새로운 규칙(Rule)을 적용할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아직은 미온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가해 화웨이가 숨통이 막힐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경우, 중국의 강력한 반격이 있을 것으로 보여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산하의 반도체 메이커, 하이실리콘을 주축으로 미국에 의지하지 않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 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화웨이가 이미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과 스마트폰 고기능품 분야에서는 미국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제조능력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금수 강화가 화웨이의 기술독립을 가속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화웨이와 거래가 많은 미국 메이커는 앞으로 매출에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매우 중요한 3가지 품목을 금수조치를 해버려 당시 한국 반도체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정부와 함께 국산화 개발 촉진, 기민한 공급망의 전환 등을 통해 약간의 타격만 받고 기술 자립의 길에 들어선 것도 화웨이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신기술이 탄생하게 되면, 그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쥐느냐 못 쥐느냐를 가름한다.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 5G나 인공지능(AI)의 침투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한 신시대의 신기술 동향을 좌우하는 것이 업계에서 널리 이용되는 글로벌 표준 규격을 어느 나라나 어느 기업이 쥐느냐이다. 자사가 구축한 기술 규격이 국제표준으로 되면, 시장 점유율 쟁탈전에서 당연히 우위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5G 지식재산(IP)에서는 중국이 우세하다. 독일 데이터 분석 회사에 따르면, 표준 규격에 관한 표준 필수 특허의 보유 건수에서 화웨이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표준규격을 검토하는 유관기관 국제회의에는 화웨이가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수출관리 규칙을 강화하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 조사기관의 정보기술 이노베이션재단(ITIF)에 따르면, 미국 금수조치의 규칙 아래, 미국 기업이 표준 설정의 국제회의 등의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 제한되어 있다. 화웨이가 관여하는 모든 표준 규격의 회의에 미국 기업의 출석이 허락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 등) 타국이 차세대의 경제를 형성하는 기반기술을 방향화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이 뒤로 밀려나고 있다ITIF는 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이테크 산업 진흥책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05)”에 이어 폭넓은 산업 분야에서 표준화를 추진하는 "중국 표준 2035"를 정리하려 하고 있다. CNBC에 보도에 따르면, 차세대의 통신 기술이나 AI의 표준 규격 책정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견제, 대중국압박 카드로 100% 중국을 짓누르면, 시진핑 주석이 두 손 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시 주석은 기술굴기(技術崛起)를 외치며, 기술독립국가로 가는 속도를 높일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14천억 달러(1,723조 원) 규모의 반도체 등의 자체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미국산 구입,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Hire American)'이라는 구호와는 거리가 먼 미국고립주의(America Alone)의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국제표준화 전쟁에서 미국이 패퇴하면, 트럼프 정부의 첨단기술 독립주의도 패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시사경제신문=성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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